"마케팅 담당자라면, 비 오지 않는 날에 장화를 팔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마케팅 '덕후'가 되어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입사원들에게 자기 업무 분야에서 덕후, 즉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御宅)'를 우리말로 변용한 단어로, 특정 분야에 푹 빠진 사람을 뜻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인재개발원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그룹 입문교육 수료식에 직접 참석해 '고객·태도·덕후'의 3개 키워드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룹을 이끌어 갈 인재들의 교육과정을 직접 챙기며 '인재 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회사가 전문가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인재상이 바뀌었다"며 "덕후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최대한 깊이 파고들 수 있을 만큼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출 때 회사는 물론 개인의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고객의 입장에서 한 단계 더 깊이 분석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도 말했다. 과거에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이는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한 클릭의 격차(one less click)'와도 맞닿아 있다. 고객들이 '클릭 한번을 덜 해도 되는' 간편한 서비스로 본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정 부회장은 거의 매년 신입사원 교육행사는 물론 채용 면접에도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그룹 공개채용에서도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등을 검토하고 최종면접관으로 나서며 100여명 신입사원들을 직접 평가했다. 그만큼 정 부회장이 인재 경영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 제일' 경영 원칙을 계승한 것이기도 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매년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여하는 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 확보와 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평소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경쟁력 확보의 첫 단추라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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