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6일 14: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회사채 금리를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비해 2%포인트가량 낮춰 발행한다. 원자력 발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용등급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 등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기업들은 투자 수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신용등급 BBB+)는 오는 28일 기존 500억원에서 두 배 늘어난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조달 금리도 크게 낮췄다. 2년물은 179bp(bp=0.01%포인트), 3년물은 120bp 낮은 수준에서 목표 물량을 채웠다. 2년물의 경우 일부 투자자는 민평 금리 대비 210bp 낮은 수준에서 주문을 넣기도 했다. 시장가격보다 2%포인트 넘는 웃돈을 주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채를 사겠다는 의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년물과 3년물 회사채 민평 금리는 각각 6.1%대, 6.4%대 수준이다. 즉 이번 회사채의 경우 2년물은 4.3%대, 3년물은 5.2%대 전후에서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최근 A+급 2년물 등급 민평이 4.43%라는 점을 고려하면 BBB+급인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채가 사실상 A+급과 비슷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도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매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렸다. 2021년 투자적격 등급 최하단인 ‘BBB-’에 그친 신용등급이 3년 만에 두 단계 뛴 것이다. 원전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한 데다 재무안정성이 안정적인 게 신용도 상향의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일제히 신용등급을 ‘BBB+’에서 ‘A-’ 올린 대한항공도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언더발행’을 달성했다. 지난 20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을 통해 2년물 23bp, 3년물 40bp, 5년물 71bp 낮은 수준에서 금리를 책정했다.
반면 신용도 하향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경우 회사채 매수에 따른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4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 모집에 380억원 받는 데 그쳤다. 지난 6일 한국신용평가가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낮춘 여파다.
신용등급이 AA급이지만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이마트도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오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마트 지난 6일 3년물 2050억원을 연 4.096%에, 5년물 950억원을 연 4.401%에 찍었다. 주관사와 인수단 포함해 9개 증권사가 발행을 도왔지만 3년물은 19bp, 5년물은 30bp 높은 수준에서 발행을 감수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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