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명 학살' 공천으로 내홍을 앓는 가운데, 친문(친문재인)의 황태자라고 불리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친문계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사천 논란'에 항의하며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나선 가운데,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27일 임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한다고 밝혔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다른 지역에 공천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의결 과정에 "반대 의견도 있었다"며 "중성동갑은 굉장히 중요해서 어제도 이 부분에 많은 토의가 있었다. 오늘도 대부분 이 지역에 대해서 여러 위원들 간에 교차 토론하고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16대, 17대 국회 중성동갑 의원을 지냈다. 그는 22대 총선에 출마하며 "운명처럼 다시 성동에 돌아왔다"며 "임종석이 또다시 성동의 당원과 지지자들께 아픔을 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친명계는 임 전 실장에게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이 제기해왔다. 당 지도부는 임 전 실장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임 전 실장은 중구 성동갑 출마 입장을 고수했다.
당내 공천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 임 전 실장이 결국 컷오프되면서 계파 갈등은 증폭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공천 갈등이 격화하자 최고위를 보이콧하며 "제가 회의에 들어가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내에 불신이 너무 많이 쌓였다"며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당원들조차도 걱정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임 전 실장의 공천에 대해서는 "임 전 실장의 공천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보는 기사가 많이 나오던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고위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공천 발표 이후 민주당에서는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이수진 의원이 탈당했고, 설훈 의원은 탈당 방침을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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