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절반 연봉이 3억"…'이직률 0%' 요즘 뜨는 '꿈의 직장'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

입력 2024-02-27 14:27   수정 2024-02-27 14:5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엔비디언스(Nvidiains·엔비디아인)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사 엔비디아 직원들이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엔비디아의 직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말입니다.

엔비디아가 연일 급등하는 주가와 높은 연봉, 안정된 일자리 등으로 ’꿈의 직장‘에 오르며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AI 모델의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생성AI 열풍의 파도를 타고 사세가 날로 확장하고 있으니 고용 안정성도 높습니다. 연봉이 높고 주가가 800달러에 가까워지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이직률은 ‘0%’대에 수렴합니다. 오히려 고급 인재들이 앞다퉈 엔비디아에 입사지원서를 던지는 상황입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엔비디아의 블록버스터급 성장’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회사 안팎으로 수많은 백만장자가 탄생했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 직원의 절반이 연간 22만8000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 연봉이 3억원에 달하는 것입니다. 산타클라라에 있는 본사는 기술인재들이 가장 탐내는 직장으로 우뚝 섰습니다.

“2014년의 페이스북과 같습니다.”
채용회사 아티쿠스 그로스 파트너스의 톰 케이스가 한 말입니다. 페이스북이 2012년 5월 상장 후 주가가 급격하게 불어나자 인재들이 몰려들었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빅테크 업체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누적으로 수만 명을 해고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엔비디아는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어 온도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엔비디아 인턴십 지원서는 작년보다 7배 늘었다고 합니다.




WSJ은 엔비디아의 직원 복지에도 주목했습니다. 본사에는 내부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바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마음대로 무제한 휴가를 갈 수도 있으며, 분기마다 전체 직원에게 2일의 휴가일이 제공된다고 합니다.

엔비디아의 직원 수는 3만명입니다. 이 중 70% 이상이 엔지니어입니다. 그만큼 기술 중심적인 분위기입니다. AI 반도체는 물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대규모언어모델(LLM), 챗봇, 실시간 번역, 로보틱스,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기술을 망라합니다.




이 기업의 기본급은 14만~41만달러 수준입니다. 현재도 딥러닝, 자율주행, AI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1800여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여러 직군에서 박사 학위를 요구하고 있으며,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를 선호합니다.




명문대 졸업생들의 엔비디아 입사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네기멜런대 졸업생의 경우 지난해에 엔비디아에 40명이 채용됐다고 합니다.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지난해 학교 측에서 마련한 엔비디아 현장 방문에 몰려 1박 2일간 기업 탐방을 하기도 했습니다.




AI 분야의 굴지 기업으로 떠오른 엔비디아에서 일하는 것은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 그 이상의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에 이 회사에 입사한 아만 키쇼어는 “일을 제대로 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확인하는 것은 많은 책임감이 따르며 긴박하게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죠.



AI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 비례해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다른 반도체 개발사는 물론 빅테크들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고, 이미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는 만큼 엔비디아에 쏠린 주도권이 언제 희석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고성능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엔비디아로 집중돼 있고, 당분간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엔비디아를 따라다니는 ‘꿈의 직장’이라는 수식어도 단기간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경쟁사들이 추격하는 이 순간에도 엔비디아 역시 내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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