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봉 싫다"…신임검사 5명 중 1명만 SKY로스쿨 출신

입력 2024-02-27 18:46   수정 2024-09-03 09:33

올해 신임 검사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로스쿨 출신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졌다. 2014년 57.5%에 달한 비중이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새내기 법조인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김광태율세화’(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로 불리는 대형 로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급여, 지역 순환근무 등이 검사 판사 등의 공직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SKY 로스쿨 출신 검사 급감
27일 한국경제신문이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대형 로펌 여섯 곳의 입사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임 변호사 257명 중 196명(76.3%)이 SKY 로스쿨 출신이었다.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101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52명, 고려대 43명 순이었다.

대형 로펌들은 우수 인력이 다른 로펌에 가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입도선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대형 로펌은 로스쿨 1·2학년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시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재를 선점한다”며 “몇몇 대형 로펌은 서울대 로스쿨에서 똘똘하다고 소문난 학생은 인사팀에서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12회(2021년) 수석 합격자인 박용휘 변호사는 태평양에 입사했고, 변시 11회 수석 합격자인 조현 변호사는 지평을 택했다.

대형 로펌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상위권 로스쿨 졸업생들이 판사 검사 등 공직을 선택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사로 임용된 SKY 로스쿨 출신의 비중은 2014년 57.5%(40명 중 23명)에서 올해 19.8%(126명 중 25명)로 10년 만에 37.7%포인트나 떨어졌다. SKY 출신 신임 판사도 3년 연속 감소세다. 2021년 임용된 판사 79명 중 29명(36.7%)이 SKY 출신이었는데 지난해엔 87명 중 28명(32.2%)으로 비중이 줄었다.

주요 대학 예비 법조인이 공직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급여와 지역 ‘뺑뺑이’를 꼽는다. 판사와 검사 인사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2년마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난다. 변호사와 판·검사 연봉도 초임 때는 두 배 이상, 10년 차 이상에선 세 배 이상 벌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검사 찍고 로펌 가는 ‘신분세탁’ 전략도
중하위권 로스쿨 출신들은 검사로 임용된 뒤 수사 경력을 쌓고 로펌으로 이직하는 루트를 택하고 있다.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에 임용된 한 법조인은 “지방대 출신은 대형 로펌에서 뽑지 않기 때문에 ‘신분 세탁’의 목적으로 검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 경력이 있으면 나중에 법관이나 로펌 변호사로 옮기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에서도 거물급 정치인을 수사하는 ‘특수부’보다 암호화폐, 공정거래, 금융, 증권 등 경제 관련 수사를 선호하는 젊은 검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 관계자는 “젊은 검사들이 금융·증권 범죄를 전담으로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을 선호하는 이유도 차후 로펌행을 염두에 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상위권 로스쿨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SKY 로스쿨에 합격해야 대형 로펌 입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5개 로스쿨 중퇴생은 2020년 180명, 2021년 195명, 2022년 23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권 로스쿨에 다니던 김모 씨(30)는 최근 법학적성시험(LEET)에 재응시해 고려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대형 로펌에 입사하고 싶은데 중·하위권 로스쿨에서는 힘들다는 인식이 많아 반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용훈/민경진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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