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 세상을 바꾸자”…나눔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꿈꾸는 NGO 옷캔

입력 2024-02-27 20:24   수정 2024-02-27 20:25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나한 대학생기자] 최근 몇 년간 의류 폐기물 문제가 주목받았다. 특히 유행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패션 산업을 지배하면서 의류 산업이 발생시키는 환경 문제는 더 커졌다. 패션 브랜드가 신제품을 쉴 새 없이 소개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하면서 결국 버려지는 옷들이 더 늘어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연 8만t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하고 그중 대부분은 소각된다. 국제사회가 의류 폐기물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는 의류 생산을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버리는 게 현명한 걸까. 의류 폐기물 문제에 소비자들의 고민도 커진다. 보통 옷을 버리는 장소로 의류 수거함(헌옷 수거함)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의류 수거함은 국가사업이 아니라 민간에서 설치한 영리 목적의 시설물이다. 우리가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들은 개인 사업자들에 의해 해외로 수출된다.

‘옷캔’은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선택한 NGO다. 2009년 설립된 이곳은 버려지는 옷들을 기부받아 국내외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옷캔의 조윤찬 대표이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헌옷의 대변신, 재사용·재활용·자원화 통해 ‘옷으로 좋은 일’ 할 수 있다

“옷캔은 일상 속 작은 참여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예요.”

‘옷’과 영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을 가진 ‘캔(can)’의 합성어인 ‘옷캔(otcan)’은 ‘옷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조 대표는 일상에서 쉽게 소비하는 옷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옷캔은 재사용·재활용·자원화의 세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개인이 더 이상 착용하지 않는 옷을, 기업이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을 기부하면 옷캔은 수혜자나 수혜 시설이 원하는 니즈에 맞춰 옷을 선별·분류 후 지원한다(재사용). 기부받은 물품들이 재디자인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옷이나 잡화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재활용). 또, 재사용이나 재활용할 수 없는 의류는 다시 원사나 소재로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자원화). 이밖에도 패스트 패션과 의류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교육이나 전시회, 업사이클링 캠페인 등도 참여 및 지원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 가능한 의류나 물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일회성 캠페인이 환경 문제 해결을 꿈꾸기까지…옷캔의 시작과 미래
현재 옷캔은 매년 300톤 이상의 물품을 기부받는 단체로 성장했지만, 처음에는 거창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일회성 캠페인을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면서 점차 단체의 성격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의류 수거함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목표였다. 의류 수거함에 들어간 헌옷들은 폐기되거나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있었고, 수출된 의류마저 양이 너무 많아서 버려지고는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막연하게 의류 수거함에 들어간 옷이 좋은 곳에 쓰인다고 인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옷을 모아 정말 필요한 곳에 나눔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조 대표는 그렇게 단체를 운영하던 중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의류 폐기물이 사회적인 문제인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단체의 방향성에 있어 ‘나눔’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환경 문제를 기부자나 일반인들에게 더 알려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옷캔은 환경에 집중하는 환경 NGO로서 활동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하고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서 오히려 기부량은 증가했어요.”



팬데믹은 아이러니하게도 옷캔의 활동에는 도움이 된 면이 있었다.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옷을 원하는 장소에 두면 누구나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옷캔의 기부 방식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물론 해외에 방문해 직접 나눔 활동을 할 수 없다 보니 현지 코디를 통해 물품만 발송하는 식이었다. 조 대표는 “당시 해외 발송이 비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까다로워져서 어려움이 따랐지만, 많은 분의 도움 덕에 기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기 국내 나눔에 더 집중했던 옷캔은 현재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현지 방문 및 해외 기부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옷캔의 세 가지 프로젝트, 재사용·재활용·자원화 중 자원화는 옷캔의 장기적인 목표이자 미션이다. 자원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이 필요한데, 많은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옷캔은 현재 자원화와 관련한 해외사례와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를 수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자원화를 통해 궁극적인 의류 폐기물 문제의 해결을 꿈꾼다고 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차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부받은 의류 중 자원화가 가능한 품목들을 자원화해 환경을 지키고, 수익금으로 국내외 소외계층을 돕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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