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역량에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를 더해 ‘AICT’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김영섭 KT 대표(사진)는 27일 회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AICT’를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AI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경영 비전과 사업 전략으로 대대적인 혁신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올해 AI·클라우드·데이터·IT 전문 기술 인력을 1000명 이상 뽑고, 글로벌 빅테크 및 스타트업과 제휴도 확대한다.
그는 “KT가 통신 쪽에선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지만 IT 경쟁력은 부족하다”며 “통신기술(CT)과 IT를 합쳐서 반드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CT 회사로 혁신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AI 대전환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AI를 빼놓고는 성장을 고민할 수 없는 시대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 회사에선 ‘디지털 전환(DX)’이라는 용어도 ‘AI 전환(AX)’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AI 대전환을 위한 3대 전략으로는 내부 쇄신, 인재 영입, 개방형 AI 파트너십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KT 임직원의 AI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클라우드와 AI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영역까지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게 첫 번째다. AI 리터러시(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를 키우려는 조치다.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IT 기본 역량을 검증하는 ‘AX 디그리’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AI 모델링, 데이터 사이언스, 클라우드 인프라 등을 다룬다. AI 또는 IT 관련 공인 자격증을 취득하면 응시료와 자기 계발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AI 내재화로 KT의 DNA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추후 직원 평가 보상제도를 손보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그는 “어느 부서든 중추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N분의 1로 보상을 나눠 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생각”이라고 했다.
개방형 AI 파트너십도 추진한다. 빅테크, 스타트업과 협력 및 제휴를 확대하며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혼자만의 힘으로 1등하는 회사나 조직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며 “협력을 잘하는 ‘협력 고수’야 말고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투자를 검토 중인 해외 AI 스타트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장 특정 후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KT는 사업 곳곳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늘리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과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 등을 함께 활용하는 내부 업무 혁신 플랫폼 ‘젠아이두(Gen. AIDU)’를 개발해 전사에 적용하는 식이다. 멀티 거대언어모델(LLM)을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부사장)은 “최근 경량화 언어모델(SLM) 수요가 커지는 점을 감안해 사업별 고객 특화 SLM도 제공하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I Ops(개발환경), AI 조수(어시스턴트), AI 비서(에이전트) 등 3대 AI 사업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존에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위주였다. 김 대표는 “추후 금융 분야에 특화한 슈퍼앱을 개발해 AI 뱅킹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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