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세계 유일 피하주사제형 인플릭시맙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의 미국 초도 물량을 선적하면서 미국 시장 출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시장에선 짐펜트라의 미국 판매 성과에 따라 셀트리온의 실적 향방이 결정 될 것으로 기대했다.
28일 미국 아틀란타로 초도물량 출하...유럽 성공 미국으로 이어질까
셀트리온은 28일부터 3월 초까지 총 3회로 나눠 짐펜트라 초도 물량을 출하할 예정이며 해당 물량의 첫 선적분이 항공편을 통해 이날 미국 아틀란타로 출발한다. 해당 선적분은 수입 통관 및 운송, 도소매상 입고 등 현지 물류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중순부터 시장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초도 물량은 모두 완제품으로 즉시 판매가 가능한 상태로 공급된다.
짐펜트라는 글로벌 의료진 및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 정맥주사제형인 램시마를 피하주사제형으로 변경 개발한 제품으로 작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짐펜트라는 현재 램시마SC라는 브랜드로 유럽, 캐나다 등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치료 효능 및 편의성을 입증하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 시장은 2020년 램시마SC가 출시된 이후 의료진 및 환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램시마SC는 작년 3분기 기준 유럽 주요 5개국(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2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램시마와의 합산 점유율은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조 시장 타겟...2040년까지 SC제형 특허 보호
셀트리온은 짐펜트라가 작년 10월 FDA로부터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한 이후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직접판매 마케팅을 준비해 왔다. 특히 미국에서 인플릭시맙이 20년 이상 사용되며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고 의료시설에 대한 경제적-물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의료환경을 고려해 자가투여가 가능하다는 짐펜트라의 강점을 최대한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출원된 SC제형 및 투여법에 대한 특허를 통해 최대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신약 지위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 대비 높은 판매가격을 책정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짐펜트라가 주력 타겟으로 삼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은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 기준으로만 2022년 약 98억 2700만 달러(12조 8000억원) 규모에 달하며, TNF-α 억제제 이외의 치료제까지 포함하면 잠재적 타겟 IBD 시장은 약 218억 달러(28조3000억원)까지 확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초도 물량 출하로 미국 시장에 대한 짐펜트라 공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짐펜트라에 대한 의료진 및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론칭 마케팅 활동을 최종 점검해 미국 환자들에게도 짐펜트라의 치료 혜택이 전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짐펜트라 미국 성과로 평가될 셀트리온 2024년 실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짐펜트라의 미국 판매 성과에 따라 셀트리온의 실적과 주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PBM(처방약 관리업체) 등재 결과, 마케팅 전략, 실질적인 판매 성과 등으로 짐펜트라의 성과가 결정 될 것"이라며 "2분기 짐펜트라의 미국 매출 증가 속도에 따라 하반기 셀트리온의 실적 및 주가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DS투자증권은 짐펜트라의 초기 월간 처방건수를 약 300건 이상으로 추정했다. 옛 인플렉트라 출시 당시보다 약 5배 이상인 수치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짐펜트라는 신약의 지위로 FDA 허가를 얻어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미 1998년 출시된 존슨앤드존슨(J&J)의 레미케이드와 동일한 성분인 SC제형 치료제"라며 "의료진들은 짐펜트라에 대해 바이오시밀러와 유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트리온은 EULAR2023에서 IV에서 SC로의 전환은 단순한 투약편의성 뿐만 아니라 유효성과 안전성까지 상승시키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2017년부터 화이자와 계약을 통해 짐펜트라와 동일한 성분인 IV 인플렉트라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인플렉트라는 레미케이드가 PBM 선호 커버리지에서 제외된 2021년부터 폭발적으로 판매가 증가해 현재 약 3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인플렉트라 판매사 화이자와 원만한 합의에 성공할 경우 인플렉트라를 효과적으로 짐펜트라 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인플렉트라 월간 처방건수는 약 3500~4,000건 이다. 이를 짐펜트라 초기 공략 시장으로 예상하며 초기 침투율 약 10.9%를 적용할 경우 초기 처방건수는 437건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셀트리온이 제시한 2024년 매출 에상은 3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이다. 이 중 미국 바이오시밀러 매출 8000억원에 짐펜트라(램시마SC),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신규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9000억원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추정치는 2024년 신제품 합산 매출을 23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6000억원 이상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2024년 매출 전망은 미국 바이오시밀러 처방 속도에 달려 있다"며 "PBM등재 이후 유플라이마의 처방속도, 짐펜트라의 PBM 등재여부, 베그젤마의 시장점유율 정도에 따라 매출 추정치는 변경될 수 있다"며 "짐펜트라는 유럽 램시마SC보다 4배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며 기존 인플렉트라 투약환자 중 10%정도가 전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6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셀트리온 기업가치는 짐펜트라 미국 매출 정도에 따라 상승 여력이 생길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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