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대한 전략 지역구 지정 요청을 충분한 논의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관위원들이 일방적인 표결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관위는 전날 오후 비명계 기동민 의원이 현역인 서울 성북을을 전략 지역구로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임혁백 위원장 주도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북을의 전략 지역구 지정은 사실상 기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를 의미한다. 공관위는 이날 서울 성북을을 전략 지역구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전략 지역 지정 여부는 전략공관위가 결정한다.
공관위는 기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기 의원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전략 지역구 지정 신청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날 내부 회의에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고, 임 위원장이 대법원 유죄 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일부 공관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임 위원장이 무기명 표결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가 무기명 표결로 결론을 내버린 건 전례가 없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다. 임 위원장은 무기명 비밀투표의 결과도 공관위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의 이같은 공관위 운영에 반발해 당연직 공관위원인 이재정 의원은 전날 공관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재정 의원은 공관위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한계를 느낀다"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 의원에 대한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이 논란이 되는 건 친명계 이수진 의원(비례)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기 의원과 유사한 혐의로 재판 중인 이수진 의원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이 현역인 경기 성남중원구 출마를 선언했고, 경선 기회를 보장받았다. 임 위원장은 형평성 논란에 대해 "기 의원은 금품 수수를 본인이 시인했지만, 이수진 의원은 인정하지 않아 적격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혐의 인정 여부로 공천이 결정되는 건 비상식적이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관위가 친명계인 이수진 의원의 경선을 보장해주기 위해 급조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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