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들어 31%가량 상승했다. 작년 초 1만7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2만5000원 가까이 치솟았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12조946억원에서 15조9207억원으로 무려 3조8261억원이 불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29억원, 143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4276억원을 팔았다.
전기 요금이 꾸준히 인상되면서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전기세와 평균판매단가(ASP)가 연동해 움직여서다. 이번 정부는 2021년 이후 총 5번의 전기세 인상을 강행했다. 마지막 인상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10.6원/kWh(킬로와트시) 올렸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산출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전기요금 인상 여부"라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요금이 사실상 동결된 후 부채가 쌓이면서 주가가 할인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여야가 모두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하고 있다"며 "4월 총선 이후 인상 가능성도 커져 할인 요인들이 제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된 점도 한국전력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천연가스(JKM) 가격이 10달러/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 수준까지 떨어지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앞서 2022년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MMBtu 당 천연가스 가격이 70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한국전력은 자회사가 석유, 가스 등 각종 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을 구매해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따라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발전 원가도 낮아져 마진이 올라가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따라 자회사 연료비와 전력시장을 통한 전력 구입비가 각각 22.2%, 8.8% 줄었다. 절감한 비용이 11조3713억원에 달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석탄을 중심으로 점차 하락하고, 유가도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그동안 한국전력의 발목을 잡았던 외부 환경이 이제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주주가치 제고'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다. 정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며 "한국전력이 올해 본격적으로 다시 이익을 창출하는 구간에 들어선 만큼 배당 재개를 기대할만하다"고 말했다.
업황이 개선되면서 한국전력은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직전 분기에 이은 흑자 행진이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15.5% 증가한 2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누적된 적자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 4분기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연간 손실액은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누적된 영업손실액은 43조10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2021년 223%, 2022년 459%, 2023년 543%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한국전력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점차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영업익 추정치는 9조5720억원이다. 내년엔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목표주가 역시 3만91원으로 이날 마지막 거래일 종가 기준 상승 여력이 약 20%나 남았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유리한 영업 환경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 원전인 신한울 2호기가 4월 가동되면 연료비 부담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이 구체화 될 경우 앞으로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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