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뿐 아니라 MWC 2024에서 관람객이 북적이는 곳 중 열에 아홉은 중국 기업 전시장이었다. 레노버는 세계 최초의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을 전시했고, 전자업체 아너 부스에선 시선(視線)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렇게 중국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 이어 유럽에서 열린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마저 대륙의 실수가 아닌 기술 공습 무대로 만들었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이미 세계 산업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핵심 경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총 64개 첨단 기술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은 5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미국(11개)을 눌렀다. 국가 연구 역량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SCI 논문 건수와 인용 횟수 역시 세계 1위다.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다 특허 출원국에도 올랐다.
중국 정부가 ‘제조 2025’ 목표를 세우고 2015년부터 지원을 집중한 결과 우리 기술력을 넘어서는 산업이 속출하고 있다. 전기차를 앞세워 작년 글로벌 자동차 수출 1위에 등극했고, 2차전지 분야에서도 한국을 앞질렀다.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선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견제가 오히려 중국 기술 굴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시대는 끝났다. 한국이 지난해 대중 무역에서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산업도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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