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출산율 쇼크…여성 육아부담 획기적으로 줄여야

입력 2024-02-28 17:55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65명을 기록했다. 0.7명대마저 붕괴하며 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도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떨어졌다. 출생아 수도 역대 최저인 23만 명에 그쳤다. 2013년만 해도 48만 명가량이었는데 1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대로면 급격한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2072년 인구는 3622만 명으로 작년 말(5144만 명)보다 30%나 쪼그라든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한국 인구에 대해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한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실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 미만인 유일한 국가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교육, 국방, 의료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구멍이 커질 수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축소사회에 대비해 사회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2015년 1.24명이던 출산율이 지난해 0.7명대까지 떨어지는 사이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8%대에서 70%로 올랐다. ‘일이냐, 육아냐’ 갈림길에서 ‘일’을 택한 여성이 많았던 것이다. 무작정 현금 지원만 해선 이런 흐름을 돌리기 어렵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25~45세 경제활동 여성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이상적인 자녀 수로 2명 이상을 꼽았지만 6명은 ‘출산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육아에 구속되기 싫어서’,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해서’ 등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갭이 있는 것이다. 이 갭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시급히 재가동돼야 한다. 대통령 주재 회의만 해도 지난해 한 차례 열린 뒤 아직까지 추가 회의를 못 잡았다. 올해 발표하겠다던 일·가정 양립 정책도 감감무소식이다. 인구 정책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꾸준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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