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불량 상장사를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프로그램은 원칙상으론 일부 ‘당근’(인센티브)만으로 기업의 자율 참여를 기대한다. 경영 여건상 당장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기업 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감원이 ‘채찍’(상장폐지)을 언급한 모양새다.
기업들의 주주환원책도 강조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단기 투자가 잦은 이유는 배당 시즌이 지나면 시세 차익 외엔 추가 이득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1년에 한 번 하는 배당보다는 분기 배당 등 주주환원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상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등 상법 개정은 그간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로 거론돼 왔다. 애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단 이달 발표에선 관련 내용이 없었다. 이 원장은 “기업 경영권 확보, 기업 승계에 필요한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제도 마련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도 예상된다. 재계에선 금감원장이 사실상의 ‘페널티 카드’를 언급한 것을 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기업 성장은 기업 하나만의 노력이 아니라 업황과 공급망 현황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성장, 주주환원 등의 지표를 시장 퇴출 잣대로 삼으면 기업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에게 적극적인 배상을 한다면 과징금 등 제재를 감경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분쟁조정안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축소하는 측면에서 보면 유의미한 금액의 배상을 제재나 과징금에 반영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다만 제재 적정성은 금감원 단독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기준을 마련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최한종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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