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 "컷오프 재고해달라"…李 "갈등 필연적"

입력 2024-02-28 18:33   수정 2024-02-29 02:31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중·성동갑 선거 운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갈등과 반발은 필연적”이라며 컷오프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실상 분당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친문·친명(친이재명)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任 “통합 위한 마지막 기회”
임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며 “중·성동갑에 대한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산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며 “(재고 결정이) 우리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용광로 통합은 이 대표가 지난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 단결하겠다”고 말한 것을 뜻한다.

민주당은 전날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이재명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장’을 지낸 친명 인사다. 당은 앞서 임 전 실장에게는 험지인 서울 송파갑 출마를 권유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출마를 고수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저녁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지자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홍영표·송갑석·윤영찬 의원과 함께 선거 운동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지들은 부딪힐 수 있지만, 우리는 거대한 나무의 한 부분”이라며 갈등 봉합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며 ‘비명횡사’라는 비판을 받는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기성의 위치를 잃게 되는 데 가만히 있겠느냐”고 했다.
○홍영표·기동민도 컷오프
이날 탈당을 선언한 설훈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둔다”고 맹폭을 가했다.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현역 의원은 설 의원과 박영순(대전 대덕),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이수진(서울 동작을), 이상헌(울산 북구) 의원 등이다.

민주당이 ‘비명계 밀어내기’를 지속하면서 계파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당 공관위는 이날 친문 핵심이자 원내대표 출신인 홍영표 의원(4선)의 지역구 인천 부평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홍 의원에 대한 컷오프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비명계 인사인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의 지역구도 전략지가 됐다. 친명계에서는 안민석 의원(5선)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이 전략지가 됐다.

공관위는 이날 서울 종로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단수 공천했다. 곽 변호사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게 됐다. 같은 날 13개 지역에 대한 경선 결과도 발표됐다. 서울 관악갑(박민규), 광주 동·남을(안도걸), 경기 안성(윤종군)에서 현역 의원(유기홍·이병훈·최혜영)이 원외 후보에게 패배했다. 서울 양천을(이용선), 광주 광산을(민형배), 경기 김포갑(김주영), 광주갑(소병훈), 충남 천안병(이정문)에서는 현역 의원이 승리했다.

배성수/김종우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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