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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AAPL)이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0년을 추진해온 전기자동차(EV) 계획을 포기함에 따라 앞으로는 생성AI분야의 경쟁자를 따라잡는데 좀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동차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은 애플의 미래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자동차에 있지 않으며 대신 AI분야에 보다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몇 달간의 경영진과 이사회의 논의 끝에 자동차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일부 직원을 AI 업무에 재배치했다고 전 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계획은 애플 내부에서 “궁극의 모바일 장치”로 불렸던 제품에 대한 계획의 포기이다.
자동차를 포기하면서 대신 생성AI와 혼합 현실 헤드셋을 포함한 다른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은 최근 발매된 혼합 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 헤드셋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함에 따라 여기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같은 경쟁업체는 이미 AI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다.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애플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포기한데 대해서 현재의 전기차 시장을 고려할 때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가 아누락 라나와 앤드류 지라드는 “AI 수익 흐름의 장기적인 수익성 잠재력과 전기차 시장을 고려할 때 애플의 자원을 자동차에서 생성AI로 전환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최근 전기차 수요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져 애플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환영하고 있다. 애플이 제대로 만들 경우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애플의 전기차 포기 뉴스를 공유하며 환영했다.
그러나 애플은 최근 들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원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 분기에 가까스로 매출 부진에서 벗어났지만 이번 분기에 다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달에 출시된 비전 프로는 향후 수년간은 매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진출은 오랫동안 애플의 차세대 혁신 중 하나로 지난 10년간 추진돼 왔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연간 1,000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고 알파벳(GOOG) 같은 거대 기술 기업과 중국의 샤오미 등 가전제품 분야의 경쟁업체들은 미래 수익원으로 전기자동차에 집중하고 있다.
타이탄 프로젝트로 알려진 애플의 자동차 사업 역시 그 자체로 AI의 도전이었다. 애플은 자동차를 완전히 자율화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AI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해왔다.
애플은 6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자동화된 도구와 뉴스 요약 기능을 포함한 새로운 AI 기능을 공개할 계획이다. 첫 번째 새로운 기능은 차기 아이폰과 함께 9월경에 출시될 iOS 18에 포함될 예정이다.
한편, 자율주행 하드웨어, 자동차 내부 및 외부, 차량 전자 장치 분야에서 일해온 수백명의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해고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애플이 AI에서 얼마나 빨리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애플은 여전히 하드웨어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이익을 내고 있다. 아이폰이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몇 년 사이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등 AI 라인업을 보유하고 이 분야 사업이 커질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AI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기타 장치에 AI 기능을 부가하고 이를 판매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을 결합한 비전프로가 주요 수익원이 되려면 앞으로도 몇 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몰입형 기술은 일부 얼리 어답터를 감동시켰지만 장치의 첫 번째 버전은 여전히 사용이 번거롭고 3,500달러의 제품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애플은 더 가벼운 AR 안경, 새로운 스마트 홈 기기, 카메라가 장착된 에어팟 등 다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소형 제품이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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