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저녁 만찬을 가졌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저커버그 CEO와 부인 프리실라 챈을 만나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만찬 참석자는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 부부까지 3명으로 이들 외에 다른 임원은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40분께 이 회장이 탄 제네시스 차량이 먼저 승지원에 들어섰고, 이후 6시17분께 저커버그 CEO가 탄 스타리아가 뒤따랐다. 승지원은 삼성전자의 영빈관 격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이다. 지금은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사용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확장현실(X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2위인 만큼 메타가 개발 중인 차세대 언어모델(LLM) '라마 3' 구동에 필요한 AI 칩 생산 관련 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타는 최근 인간 지능에 가깝거나 이를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AI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H100 프로세서 35만개를 포함해 연내에 총 60만개의 H100급 AI 칩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 'MTIA'라는 자체 칩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2세대 칩을 연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을 신설했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미국 하버드대 동문이기도 하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시 저커버그 CEO가 추모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개인적 친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2014년 10월 방한 때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화성 캠퍼스를 잇달아 방문한 적 있다. 2013년 6월엔 1박2일간 일정으로 방한해 당시 이재용 부회장 등과 7시간에 걸쳐 면담했고, 이후 양사가 합작해 VR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앞서 이날 낮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부회장), 조주완 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 등과 '비빔밥 오찬'을 함께 하며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 등을 논의했다.
저커버그 CEO는 LG 측과의 면담을 마친 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있는 메타코리아로 이동, 국내 AI·XR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등과 만났다. 비공개 면담을 한 곳은 국내 유명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XR 관련 스타트업 등 5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한국을 찾은 저커버그 CEO는 오는 29일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에는 인도로 출국, 아시아 최고 부호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웨딩 파티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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