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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내란죄 기소 기각 여부를 좌우할 ‘면책특권’을 미 연방대법원이 판단하기로 했다. 재판 일정 연기로 11월 대선 전까지 판결이 나오기 어려워진 만큼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1·2심 기각에도 대법원서 심리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대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리를 오는 4월 넷째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면책특권이 없다’는 1·2심 판결을 효력 중지해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인 2021년 1월 지지자들의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미 법무부가 꾸린 특별검사팀이 9개월간 조사한 끝에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면책특권을 들어 법원에 기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임 중 대통령의 공무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은 하급심 에서 모두 기각됐다. 워싱턴DC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전직 대통령은 연방 형사 책임에 대해 특별한 조건(면책 적용)을 누리지 못한다”고 판결했고, 워싱턴DC연방항소법원은 올 2월 6일 “대통령 시절 그에게 적용됐을 수 있는 면책특권은 더는 그를 기소로부터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심리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공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위에 대한 형사 기소를 면책받을 수 있는지, 그렇다면 면책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따진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개설한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대통령 면책특권이 없다면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제대로 기능하거나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선 전 본재판 판결 못 내릴 듯
대법원이 심리를 결정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 우려를 한시름 덜었다. 대법원이 면책특권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내란 혐의와 관련한 본재판 결과가 11월 대선 전까지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뉴욕타임스(NYT)는 연방대법원이 오는 6월 면책특권이 없다고 판결하더라도 본재판은 9~10월께야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단된 재판 전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면책특권과 관련한 판단을 ‘신속 변론’(패스트트랙) 절차로 진행해달라는 특검의 요청도 지난해 12월 거부했다.
스티브 블라데크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재판이 적어도 3~5개월은 지연될 것”이라며 “종국적으로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배척한다고 해도 이건 (트럼프에) 큰 승리”라고 짚었다.
연방대법원 구성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9명으로 구성된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이며 그중에서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3명은 2017~2020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됐기 때문이다. 재판이 대선 이후로 지연된 후 당선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무부에 기소 절차를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스스로 사면을 요청할 수 있다고 NBC는 분석했다.
○일리노이주, 경선 자격 박탈
한편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는 콜로라도·메인주에 이어 세 번째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트레이시 포터 판사는 “오는 3월 19일 일반 예비선거(프라이머리)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거하거나, 그에 대한 투표를 모두 무효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리노이주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항소가 예상되고 관련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의 효력을 유예했다.
앞서 일리노이주 일부 유권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을 부추긴 것이 수정헌법 14조 3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자격 박탈을 주장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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