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뭐해 먹고 사냐"…AI가 만든 압도적 영상에 '아연실색' [조아라의 IT's fun]

입력 2024-03-02 14:18   수정 2024-03-02 14:32


"영상미가 압도적이다."
"애니메이션 종사자는 실직할 것 같다."

최근 중국의 블로거 펑빈(Feng Bin)이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한 '서유기' 애니메이션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자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게 가능하냐"며 이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영상은 약 4분 길이로 돌에서 태어난 '손오공' 탄생 장면부터 서유기 배경이 되는 화과산 일대를 그렸다. 영상 제작 기간은 불과 6일. 생생하고 몽환적인 이미지 효과를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1년 작업 6일 만에 완성"…AI로 만든 놀라운 손오공 애니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 발달로 영상 제작에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서유기'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펑 씨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챗GPT로 원고를 다듬고 이미지 형태 등을 확정했다. 그 다음 AI 기술을 사용해 영상을 만들고 음향을 입혔다. 그는 현지 칭녠르바오(청년일보)에 "애니 제작은 6일 걸렸다"며 "순수 수작업으로 만들었으면 1년 걸렸을 작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명나라 소설 '서유기'의 일부 내용으로 압도적인 영상미가 두드러진다. 영상 초반에는 구름이 가득 찬 산 절벽에서 주인공 손오공이 태어나는 모습이 나온다. 먼저, 천둥을 맞은 돌이 깨지며 원숭이가 나온다. 그는 이 씬을 만들기 위해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Midjourney), 애니 생성을 위해 영상 생성 AI 런웨이(Runway), 포토샵(PS) 등 총 4개의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사업 종사자인 그는 "원작에서 묘사되는 마술적 효과를 보여주고 싶어 AI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서유기를 제작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영상은 삼장법사와 저팔계, 사오정 등 제자들과 함께하는 여정을 환상적으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궁전은 신비로운 분위기와 장엄함을 자아낸다. 손오공이 태어난 화과산은 무성한 나무들과 흐르는 폭포, 돌다리 등이 생동감 넘치게 그려졌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중하순 중국판 틱톡(도우인)에서 공개 이후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그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틱톡에서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버전의 손오공 애니메이션이 확산되기도 했다.

펑 씨는 "서유기 애니는 캐릭터 간 대화를 담는 부분은 다소 PPT 화면처럼 어색한 점이 존재한다"며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소라(Sora)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영상 공개 직후 많은 플랫폼에서 협력을 논의했다"며 "AI 애니 제작 과정에 대해 문의하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AI 발달로 업계 종사자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선 "현재 AI 기술이 영화, TV, 게임 산업 전반에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기보다 변화가 가져온 기회를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며 "전공자들의 경우 이미지 색감 및 사물 구도 배치를 더욱 전문적으로 할 수 있어 AI 기술 활용시 더욱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20대 윤여정·30대 최민식 등장진짜 같은 AI 인간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2022년 11월 말 출시 이후 최근 1여년 사이에 생성형 AI이 고도화되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AI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서 텍스트에서 이미지, 영상, 음악 등 여러 영역의 콘텐츠 생성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최근 이미지와 영상 영역에서 AI 활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사진 대회 중 하나인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 크리에이티브 오픈 카테고리 부문 1위를 차지한 사진은 놀랍게도 AI가 만든 이미지였다. AI 이미지가 권위 있는 국제 사진전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9일 오픈AI는 텍스트로 영상을 만들어주는 '소라'를 공개했다. HD급 이상의 고해상도로, 실제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광고와 영화 등 분야에서도 AI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1월 KB라이프생명 유튜브 광고에는 20대 신인배우로 윤여정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20대 윤여정은 분장이 아닌 AI 기술로 생성한 인물로 KB라이프생명이 버추얼 휴먼 제작사 디오비스튜디오와 손잡고 만들어낸 가상 인간이다. 영화에서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한 드라마 '카지노'에서 배우 최민식의 30대 모습이 AI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엔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의 형사 손석구 어린 시절로 등장한 아역 배우가 꼭 닮은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손석구의 쌍꺼풀 없는 눈과 웃는 표정까지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 아역 배우의 정체는 실제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을 활용해 만든 AI 딥페이크다.

AI가 영화·드라마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이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일PwC와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AI 산업은 연평균 36.6%씩 성장해 2030년엔 세계시장 규모가 18조 4750억 달러(약 2경43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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