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남 고흥 고흥항공센터 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실증단지. 항우연이 개발한 UAM 기체 ‘오파브(OPPAV)’가 10m 가량 수직으로 뜨더니 사선 방향으로 달리며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중량 650㎏의 이 항공체는 시속 170㎞ 속도로 약 4㎞를 무인 비행한 후 제자리에 돌아왔다.
굉음을 동반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조용한 비행’을 선보인 게 눈에 띄었다. 이날 비행한 오파브는 본격적인 소음 저감기술이 적용된 기체가 아닌데도, 인근에서 날고 있는 드론보다 소음이 덜 했다. 130m 상공에서 시속 160㎞로 운항할 때 기준, 오파브의 소음은 61.5dBA(가중데시벨)다. 일반 도시소음(65dBA)보다 조용한 수준이다. 헬리콥터 소음은 80~85dBA 정도다.
각 단계를 모두 통과한 UAM 사업자한테 내년 말에 실제 탑승객을 태울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총 7개 컨소시엄이 뛰어든 상태다. 정부는 내년 말 최초 상용화를 시작으로 2030년 전국 확산, 2035년 이용 보편화를 추진한다. 실증 및 평가 단계에서 안전성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 도심 위를 날아다녀야 하는 만큼 소음 저감 기술도 중요하다. 당분간은 조종사가 있는 UAM이 운영된다. 궁극적 목표는 자율비행 실현이다.
UAM을 실제 띄우기 위해선 기체 기술 개발 뿐 아니라 통신, 운항관리, 보안, 버티포트(이착륙장)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유형의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다. SK텔레콤과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티맵 모빌리티 등이 모인 ‘K-UAM 드림팀’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UAM 제조 선도기업인 조비 에비에이션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실증 통과 1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일 SK텔레콤 부사장은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KT,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등이 의기투합한 ‘K-UAM 원팀’ 컨소시엄은 자체 제작한 UAM 기체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축이 된 ‘UAM 퓨처팀’ 컨소시엄은 영국 UAM 제조사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의 기체를 들여올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사들 중심으로 꾸려진 ‘롯데 컨소시엄’과 11개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UAMitra 컨소시엄’ 등도 뛰고 있다.
UAM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도시 집중과 교통혼잡 현상이 점점 심화되는 만큼 하늘을 통한 주요 지역 이동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UAM 이용요금이 합리적인 수준에 책정되는지, UAM에 탑승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광이나 소방, 화물 운송 등 분야에서도 UAM이 이용될 수 있다.
고흥=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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