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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위험 성향을 가진 장기 투자자라면 자산의 최소 80%를 주식 또는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 자산에 넣어야 한다.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다면 100%를 투자하는 것도 좋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CNBC 뉴스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핑크 회장은 “여러 금융 자문사가 여전히 주식 60%, 채권 40% 전략을 권고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주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과거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류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나이가 들수록 채권보다는 주식에 투자해 더 큰 위험을 견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도 핑크 회장의 주식 낙관론이 엿보인다.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난해 4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를 보면 직전 분기까지 3조4800억달러였던 주식 평가액은 3조9200억달러(약 5223조원)로 늘었다.
이 중 26.94%가 정보기술(IT)주에 몰려 있다. 작년 4분기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폭으로 비중이 늘어난 상위 5개 종목이 전부 IT 또는 인공지능(AI) 관련주다. 마이크로소프트(MS·0.32%포인트), 브로드컴(0.24%포인트), 아마존(0.19%포인트), AMD(0.11%포인트), 인텔(0.1%포인트) 순으로 비중 상승 폭이 컸다.
MS는 블랙록의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6%로 가장 큰 종목이기도 하다. 그 뒤를 아마존(2.43%), 엔비디아(2.25%), 알파벳 보통주A(1.55%), 메타(1.35%), 알파벳 보통주C(1.28%), 테슬라(1.19%) 등이 잇고 있다. 미국 증시 랠리를 이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이 비중 상위 10개 종목에 모두 포함돼 있다.
작년 4분기 블랙록은 직전 분기까지 팔았던 엑슨모빌 주식을 500만6366주 되샀다. 셰브런 주식도 작년 3분기에 이어 466만9859주 추가 매입했다. 두 종목은 블랙록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었다. 세계적 탈탄소 흐름에 따라 석유 기업의 미래도 어두워질 거란 전망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 흐름이 뒤바뀌었다. 블랙록은 최근 항공사, 정유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감축 노력을 강제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그룹 ‘기후행동100+’에서의 회원 자격을 하위 사업부인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한정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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