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인 2020년 이후 유통사들은 경쟁적으로 기업 쇼핑에 나섰다. 사람들의 돈 쓰는 방식이 급격히 바뀌자 엄청난 위기감을 느낀 영향이었다. 온라인 쇼핑의 부상, 소비 양극화, 극단적인 가성비 제품 선호 현상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기업 인수합병(M&A)은 이런 트렌드 변화에 올라타거나 아예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지금 M&A에 나섰던 유통사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M&A가 큰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탓이다.
현대백화점은 유통이 아니라 제조업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다 어려워진 경우다. 2022년 현대백화점은 침대 매트리스 제조사 지누스 지분 38.1%를 8790억원에 인수했다.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또 아마존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프리미엄(영업권)을 많이 얹어줬다. 인수 시점에 장부상 영업권만 6000억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누스 실적은 2022년이 정점이었다. 지난해 지누스의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72% 급감했다. 과잉 재고, 미국 시장 판매량 감소 등 악재가 겹쳤다. 현대백화점이 작년 지누스의 영업권 상각액을 2022년(201억원) 대비 두 배인 403억원으로 늘린 이유다.
신세계 이마트는 G마켓의 영업권 상각이 뼈아프다. 이마트는 2021년 G마켓 인수 후 온라인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2022년 655억원, 지난해엔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애초 G마켓은 이익을 잘 내는 회사였다. 감사보고서가 마지막으로 제출된 2018년엔 매출 약 9800억원에 4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마트가 인수하고 나서 달라졌다. 온라인 시장의 경쟁 구도가 계속 바뀐 탓에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쿠팡이 치고 올라왔고, 이후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G마켓의 입지를 흔들었다. 한때 국내 온라인 쇼핑 1위이던 G마켓은 쿠팡, 네이버쇼핑, 알리 등에 밀려 4~5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컬리, 무신사 등 e커머스 기업이 추진하는 상장 및 매각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잠재 인수자인 유통 공룡들의 자금 동원 여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한때 3조~4조원으로 평가받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최근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무신사의 장외시장 기업가치도 2조원 안팎으로 작년 7월(약 3조원) 대비 1조원가량 쪼그라들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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