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트래픽 17% 지나는 '이곳' 위기…구글·페이스북도 비상

입력 2024-03-04 08:07   수정 2024-03-04 08:1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해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곳을 지나는 인터넷망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홍해를 통과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 3개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인도·파키스탄·동아프리카 등 지역의 인터넷 연결이 갑자기 악화됐다. 중단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18일 후티 반군에 공격당한 뒤 침몰한 화물선 루비마르호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손상된 케이블의 운영업체 중 하나인 시컴 역시 루비마르호에서 내린 닻으로 인한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해저케이블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블 사업자들은 매년 약 150건의 서비스 장애를 보고한다. 장애는 대부분 낚시 또는 선박에서 내린 닻으로 인한 손상으로 발생했다. 후티 반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통신부는 해저 케이블 고장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시컴은 올해 2분기는 돼야 수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클라우디아 페로 마케팅 책임자는 "상당한 양의 물류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해상 관리당국의) 허가, 지역 불안 및 기상 조건 등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동통신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홍해는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17%(2022년 기준)가 지나가는 요충지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광케이블망 21개가 이곳에 설치돼있다.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며 업체들은 신규 케이블 설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케이블 설치 선박은 운항 속도가 느려 분쟁 지역에 투입됐을 때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초 케이블 설치선 보험료는 하루 15만달러(약 2억원)까지 치솟았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예멘 내전도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예멘 서부를 장악한 반군과 동부를 점유하고 있는 정부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업체들은 양 측 모두에게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터넷망 확장 사업도 홍해 분쟁에 흔들리고 있다. 구글은 2020년부터 남유럽-이스라엘-인도를 잇는 해저 광케이블망 프로젝트인 '블루 라만'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건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 역시 2020년부터 약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들여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광케이블망 '2아프리카'를 설치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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