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중간 지주회사 가운데 지주회사에서 전환됐거나 신규 설립된 경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기존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중간 지주회사로 전락할 경우 주가 떨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울회계법인은 2008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16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된 지주회사 58개 가운데 PBR 자료 수집이 가능한 13개 중간 지주회사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됐거나 새롭게 세워진 뒤의 PBR 평균은 1.53에서 0.86으로 0.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업체 중 PBR이 하락한 사례는 영원무역홀딩스와 SK이노베이션, 동원시스템즈, 에스케이스퀘어, 크라운해태홀딩스 등 8개사였다.
2020년 피에몬테의 지배를 받게 된 중간 지주회사 휠라홀딩스는 PBR이 3.25에서 1.3으로 1.95 하락했고, 2017년 설립된 크라운해태홀딩스는 PBR이 2.01에서 0.3으로 1.71 내렸다. 2015년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된 동원시스템즈의 경우도 PBR이 2.99에서 1.53으로 1.46이나 떨어졌다.
PBR이 오른 사례도 있었지만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한국콜마의 오름폭은 0.28에 불과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0.19, 이 밖엔 0.2~0.5에 그쳐 하락폭이 상승폭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OCI그룹 간 통합을 반대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로 전락할 경우 PBR이 현재 대비 50% 수준까지 디스카운트 될 수 있다"며 "한미약품 주식 40% 보유와 헬스케어사업 등 기업가치만 인정받게 될 경우 주가도 절반 가격인 2만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또 "경영권 프리미엄과 더불어 지주사 지위까지 박탈됨으로써 눈덩이처럼 커질 주주들이 입는 피해 손실액은 철저히 외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PBR은 3.56배로 KRX헬스케어지수 PBR(4.59배)보다 높았다.
한울회계법인은 "PBR은 대주주 및 주요 경영진의 능력과 경영 실적에 따라 좌우되지만 지주회사가 중간 지주회사로 편입되면, 최상위 지주사 및 다른 계열사 등 이해관계자가 추가될 수 있다"며 "그만큼 배당 등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 있고 주주들 간의 의구심도 증폭돼 주가가 저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그룹 간 통합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로 안정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