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막 오른 XR 시대…애플이 판 키우자 삼성·LG도 '참전'

입력 2024-03-04 16:10   수정 2024-03-04 16:59


확장현실(XR) 기기가 전자업계 화두로 부상했다. 애플이 XR 헤드셋인 ‘비전 프로’를 출시하고, 메타가 LG전자와 XR 기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는 등 XR 시장을 둘러싼 격전이 본격 개막하면서다. 올해를 기점으로 XR 기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급성장하는 XR 시장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1억달러(약 53조원)에서 2028년 1115억달러(약 14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이 1100만 대로 전년 대비 4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통칭한 개념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첨단 기술이다. XR헤드셋은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필수 제품으로 꼽힌다. XR을 구현하는 기기의 대표 형태는 안경처럼 착용하는 헤드셋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애플과 메타다. 지난달 2일 비전 프로를 공식 출시했다. 2014년 애플워치를 출시한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비전 프로의 사전 주문량은 20만 대 이상으로, 시장 예상치인 6만~8만 대를 넘겼다. 올해 연간 판매량은 100만 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격, 기술력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메타가 앞서 있다. 메타는 2014년 처음 XR 헤드셋 시장에 진출해 꾸준히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퀘스트3’는 작년 한 분기(10~12월) 동안 200만~270만 대가량 출하됐다. 메타 퀘스트 시리즈의 월 활성 사용자는 600만 명에 달한다.

메타는 비전 프로 출시를 계기로 대항마인 메타 퀘스트가 주목받으며 XR 생태계가 확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SNS에 비전 프로 체험기를 올리며 자사 제품인 퀘스트3가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모두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LG도 곧 출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함께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연내 신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출시 시기보다는 제품의 기술력과 완결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최근 XR 기기를 개발하는 인원을 대폭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XR 분야에서도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제품을 생산하고 구글과 퀄컴이 각각 운영체제(OS)와 칩셋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메타와 손잡고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고성능 XR 기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TV사업에서 쌓은 콘텐츠 역량을 접목해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AI 챗봇 등을 구현할 수 있는 메타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을 LG전자의 TV, 가전, 모바일 기기 등에 넣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프트웨어 분야 최강자들과 손잡은 만큼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의 경우 오랜 기간 XR 기기에 공들여왔지만, 제조는 중국 고어텍에 맡겨왔다. LG전자가 기기를 만들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품·디스플레이도 수혜
XR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디스플레이와 부품 업계도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디스플레이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XR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2029년 1억 대 수준으로 지난해(2144만 대)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달한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국내 대형 전자부품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애플의 비전 프로에는 LG이노텍의 3차원(3D) 센싱 모듈과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외부에 탑재됐다. LG전자와 메타가 공동 개발하는 XR기기에도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XR 기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부품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메인 디스플레이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하는 마이크로 OLED 탑재가 유력하다. 이 밖에 다수의 카메라와 비행거리측정(ToF) 센서 등이 내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XR에 필수로 쓰이는 부품을 만들고 있다. 애플에는 비전 프로용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판 ‘FC-BGA’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애플에 공급되는 삼성전기의 부품 물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 부품업계는 XR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대만 렌즈 제조기업인 AOE옵트로닉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프리미엄 렌즈 제작 기술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XR 기기용 패널인 ‘올레도스(OLEDoS)’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격 낮추고 성능 높이고'…화웨이·샤오미 등 中업체도 XR 기기 경쟁
확장현실(XR) 기기 경쟁에 나선 것은 미국과 한국 업체뿐만이 아니다. 화웨이, 바이트댄스 등 중국 정보기술(IT) 공룡들도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항할 프리미엄 X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여름께 화웨이 헤드셋이 출시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가격은 1만5000위안(약 280만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원)다.

가격은 절반인데 성능은 비전 프로보다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비전 프로는 무게가 600g인데 화웨이 제품은 350g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한 칩을 기반으로 속도도 대폭 높아졌다. 디스플레이는 소니의 고화질(4K)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2021년 선글라스 모양의 가상현실(VR) 헤드셋 ‘비전 글래스’를 출시한 바 있다. 헤드셋 분야에서 이미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도 XR 기기 사업을 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헤드셋 업체 ‘피코’를 2021년 9월 인수하며 XR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프로젝트명 ‘스완(Swan)’을 통해 하이엔드 M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이다. 샤오미도 선글라스 형태의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접촉하지 않고도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샤오미는 관련 기능을 지난해 5월 특허로 등록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도 에어글라스3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반 안경과 디자인이 비슷한데 무게를 대폭 줄였다. 가벼운 무게로 새로운 XR 경험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받은 엑스리얼(Xreal)도 무게를 대폭 줄인 증강현실(AR) 안경을 내놨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애플 비전 프로가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르면 오는 4월 중국에 비전 프로를 출시한다. 다만 비전 프로라는 상품명은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2019년 ‘비전 프로’ 상표권을 중국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XR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XR 시장의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XR 기기를 출시한 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25개 중국 기업이 XR 기기를 출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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