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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시장 지배력이 향후 몇 년간 더욱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산(産) 니켈이 저가로 계속 시장에 풀리면서 니켈 생산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직원 수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印尼, 5년 내 니켈 시장 장악”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광산업체 에라메의 크리스텔 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저가에 니켈을 공급하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몇 년 내 경쟁사들을 말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뒤면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최고 등급 니켈의 4분의 3 이상을 담당하게 될 거란 관측이다.보리스 CEO는 “인도네시아산 니켈은 기존 니켈 생산업체들의 미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을 상실한 광산은 문을 닫고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거나,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대량의 니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보조금을 감당할 수 있는 정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보리스 CEO의 지적이다. 에라메도 뉴칼레도니아에서 페로니켈(철·니켈 합금)을 생산하는 자회사 소시에테르니켈(SLN)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두고 자사 지분 27%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SLN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라는 프랑스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다.
이익 90% 줄고 주가 폭락
세계 6위 니켈 생산국인 호주에서도 ‘곡소리’가 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는 지난해 7~12월 순이익이 9억2700만달러(약 1조237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니켈 가격 하락으로 해당 사업 부문의 가치가 35억달러가량 대폭 상각된 탓이다. BHP는 호주의 니켈 사업장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호주 정부는 지난해 12월 니켈을 ‘중요 광물’로 지정하고 세액 공제, 로열티 공제 등 여러 대책을 내놨다. 니켈 산업에서만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시장 반응은 떨떠름하다. 마이크 헨리 BHP CEO는 “호주 정부의 지원책이 시장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BHP 역시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과잉 공급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업체 글렌코어가 지분을 보유한 영국의 니켈업체 호라이존테미네랄 역시 재무 경고등이 켜졌다. 이 회사는 브라질 북부 파라주에 니켈 광산을 개발하는 ‘아라과이아 프로젝트’ 비용이 기존 5억3700만달러에서 10억달러로 87% 급증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이 회사 주가가 59% 폭락했다.
호라이존테미네랄은 작년 10월에도 아라과이아 광산 관련 설비투자 비용이 최소 35% 늘어 첫 생산이 2024년 3분기로 미뤄질 것이라 알린 바 있다. 4개월 새 이 회사 시가총액은 약 4억파운드에서 1000만파운드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감산 나섰지만 가격 띄우기엔 역부족
서방 기업들의 생산 차질로 올해 예상 니켈 공급량 중 23만t 이상이 사라진 상태라고 맥쿼리는 추정했다. 의도적인 감산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올해 니켈 생산량을 최소 10만t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두 나라의 니켈 생산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70%를 차지한다. 세계 7위 생산국인 중국은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긴밀히 얽혀 있기도 하다.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등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도네시아 투자를 늘리고 공급망을 장악했다.그러나 실질적인 가격 반등이 나타나려면 더 큰 규모의 감산이 단행돼야 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각각 25만500t, 20만4000t의 니켈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만 가격이 23% 더 미끄러질 거란 우려다. 컨설팅 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는 니켈 수급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25만t 이상의 감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선물 가격은 t당 약 1만7000달러 수준에 형성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산 니켈 공급 감소 우려로 기록했던 전고점(2022년 3월·t당 약 4만8000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스테인리스 철강 소비 위축,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둔화 등도 니켈 가격을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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