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 전(全)산업 생산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그간 저조했던 소비·건설 지표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경기회복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 건설 수주는 13년여 만에 가장 많이 감소해 건설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전체 28개 제조업종 가운데 20개 업종의 생산이 전월보다 늘어난 가운데 특히 통신·방송 장비(46.8%)와 정보통신(4.9%) 등에서 생산이 크게 증가했다. 통신·방송 장비의 경우 같은 달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가 출시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8.6%)는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성적표가 저조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12월 실적이 크게 좋았기 때문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 지표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도·소매(-1.0%)에서 부진했지만, 정보·통신(4.9%)과 부동산(2.6%)에서 증가하며 0.1% 증가했다.
소비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1.4%)와 승용차 등 내구재(-1.0%)에서 판매가 줄었지만, 화장품 등 비내구재(2.3%) 판매가 증가하면서 지수를 이끌었다. 내구재 판매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차량 판매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소매업태별로는 면세점(97.8%)과 무점포소매(4.2%)에서의 소비 회복이 두드러졌다. 반면 전문소매점(-11.4%)과 슈퍼마켓 및 잡화점(-15.2%)은 판매가 부진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으로 향하면서 슈퍼마켓 판매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3.4%) 및 항공기 등 운송장비(-12.4%)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전월 대비 5.6% 감소했다. 보잉사 항공기 결함 사태와 법인용 자동차 번호판 적용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12.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 기준으로는 12년 1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건축(12.3%)과 토목(12.8%)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호조를 보였다. LNG 터미널 기성액이 늘고, 대단지 아파트 준공 전 마무리 공사 실적이 반영되면서 토목과 건축 모두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시적 요인으로 크게 증가했을 뿐 장기적인 추세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반면 향후 건설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건설 수주(경상)는 전년 동월 대비 53.6% 줄었다. 2010년 10월(58.9%)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리가 여전히 높은데다 부동산 PF 영향이 더해졌고, 건설비용도 최근 1년 6개월간 상당히 증가하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수주 급감은 1년~1년 6개월 간의 시차를 거쳐 건설기성에 영향을 끼친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2020년=100)는 소매 판매와 건설기성의 증가로 99.7을 기록해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2020년=100)는 재고와 코스피 개선에도 건설 수주가 줄어든 탓에 100.3으로 보합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긍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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