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은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진행한 노동시장세미나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쓴 채민석 고용분석팀 과장은 "국내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의 61%에 달한다"며 "최저임금만 지급하더라도 돌봄서비스 비용이 대부분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돌봄인력 급여가 내국인 대비 충분히 낮아진 이후에야 인력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경우 1973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했지만 거의 늘지 않다가 임금이 홍콩 여성 평균임금의 30%수준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증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 대한 시간당 임금은 홍콩이 약 2800원, 싱가포르는 1700원, 대만은 2500원 수준으로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9860원)보다 현저히 낮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할 수 없다. ILO 규약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돼있기 때문에 돌봄 인력 확대만을 위해 이를 탈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외국인 돌봄인력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으로 개인 간 사적 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육아나 간병 도움이 필요한 가구가 직접 외국인 도우미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외국인 도우미는 가사근로자가 아니라 가사사용인이 된다. 근로자가 아니고, 자영업자에 가까운 형태가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고 급여를 정할 수 있다.
돌봄서비스 업종 전체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ILO는 업종에 따라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채 과장은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도 산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며 "돌봄서비스 부문은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차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