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을 당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에게 해임 징계가 내려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박 부장검사에게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검사징계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다.
박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2020년 10월 한동훈 당시 검사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통신 기록 자료 등을 한 장관 감찰보고서에 누락했다가 뒤늦게 날짜를 바꿔 편철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임 통보에 박 부장검사는 자신의 SNS에 "보복 징계는 법원에서 취소될 것"이라며 행정 소송을 예고했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실을 통보받은 뒤 지난달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을 비판했던 이 연구위원에게도 해임 징계가 내려졌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된다"는 발언, 지난해 1월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은 검찰 역사상 최악의 정치 검사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해임은 검사징계법이 정한 징계 종류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징계로 해임되면 3년간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총선 출마 등 정치 활동은 제약받지 않는다.
민주당에 영입된 이 연구위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전북 전주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해임 징계는 윤석열 사단이 검찰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막아보려는 추태에 불과하다"며 "법무부의 부당한 결정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5일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한동훈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KBS에 전달해 오보를 내게 만드는 등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바 있다.
현직 검사에서 곧장 이번 총선에 뛰어들었던 나머지 여야 예비후보들은 모두 공천이 배제됐다. 신 전 연구위원은 전남 순천 지역구 민주당 공천을 노렸으나 컷 오프됐다. 국민의 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와 박용호 전 부산고검 검사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검찰 안팎에선 현직 검사의 총선 출마 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선거일 90일 전에 사표를 제출하기만 하면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는 이른바 '황운하 판례'로 현직 검사의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4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도 출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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