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곳곳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삼성물산 금호석유화학 등 대기업부터 JB금융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의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공동 창업자 간 또는 총수 일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이 유난히 늘어났다. 행동주의펀드들도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역시 올해 주총의 이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주환원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주총 시즌의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파트너스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에 대한 주주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2년에 걸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방안이다. 차파트너스는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박 전 상무의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호석화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8.4%에 달한다. 차파트너스와 박 전 상무로선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박 회장이 우군과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강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에서도 주총을 앞두고 가족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하는 OCI그룹과의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에 대해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반발하면서다. 장·차남은 주총에서 자신들을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70년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오던 고려아연에선 공동 창업자 일가 간 분쟁이 불붙었다.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총 안건으로 올린 배당 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다올투자증권에선 2대주주의 반란이 진행 중이다. 지분 14.34%를 사들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주주제안을 통해 차등 배당을 제안했다.
KT&G와 포스코는 이번 주총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 여부를 놓고 표결을 한다. KT&G는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점이 관건이다.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에 대해 1대주주인 기업은행,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가 추천한 장인화 회장 후보의 선임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포스코이사회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 밖에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을 상대로 각각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실리를 챙기는 방식의 주주제안이 잇따르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는 성향이 강한 만큼 이런 분위기가 올해 주총 시즌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맹진규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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