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아이를 키우는 정서영 씨(33)는 4일 “두 달 뒤면 1년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라며 이같이 털어놨다. 정씨는 출근하면 아이를 봐줄 ‘이모님’을 구하는 중인데 월 250만원 비용도 부담스럽지만 마음도 편치 않다. 같은 워킹맘 팀장의 배려로 야근 없이 ‘칼퇴’해도 집에 도착하면 오후 6시40분.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풀타임’으로 보모를 고용해도 저녁엔 약 40분 공백이 생긴다. 정씨는 “나이 든 친정어머니께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다 보면 둘째는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만 1세와 초등학교 1학년. ‘워킹맘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기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사람이나 기관을 찾는 게 쉽지 않은 데다 비용 부담도 크다. 2019년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39.8%는 퇴사 고민 시점으로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꼽았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각종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육아 현장의 체감 효과는 아직 높지 않다. 경기 양주시에 사는 워킹맘 한모씨(39)는 “학교 돌봄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돼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여도 3~4순위이고 그마저도 2학년이 되면 순위가 또 밀린다”며 “맞벌이 부부의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원 뺑뺑이’가 시작된다”고 했다. 학교에 대한 불신도 많다. 여덟 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 씨(38)는 “초등학생은 보육보다 교육이 필요한 시기인데 학교보다 사설 학원의 질이 높다고 생각해 학원을 보낸다”며 “대부분 친구가 학원에 다니다 보니 아이도 학원에 가야 친구들을 만난다”고 했다.
부모들은 직접 아이를 돌볼 시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사회 제도와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워킹맘 김모 씨(37)는 “대부분 부모가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지, 맡기고 싶겠냐”며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육아기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강영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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