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로 살아남기 힘들어요”, 문과생들의 이탈과 전문직 쏠림 현상

입력 2024-03-04 23:37   수정 2024-03-04 23:38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남현우 대학생 기자] 대학생들에게 2월은 준비의 계절이었다. 대학생들은 3월의 새로운 시작에 앞서 2월에 수강 신청, 다전공 신청 등 많은 것들을 준비한다. 하지만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되기 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설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졸업이 다가올수록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고민을 많이 한다. 특히, 문과 계열의 취업문이 좁아진 지금 취업을 위해 공학계로 전과하거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문직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문과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문과는 취업 어렵잖아요...” 이탈하는 문과생들




잡코리아가 2022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의 36%가 전과나 반수, 편입을 준비한다고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사회과학계열, 경상계열, 인문계열의 전과나 반수, 편입 준비 비율은 각각 45.3%, 42.2%, 39.3%로 이공계열 (30.1%) 보다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전과, 반수, 편입 비율이 가장 높은 사회과학계열, 경상계열, 인문계열 모두 문과 전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수월한 자연계열, 이공계열의 학생들과 달리 문과 계열 학생들은 취업 걱정으로 인해 전공에 변화를 주고자 전과, 반수, 편입을 준비하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신OO 씨(21)는 최근 신문방송학과에서 컴퓨터공학과로 전과를 고민하고 있다. 신 씨는 현재 학과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고 과 학우들과의 관계도 좋지만 전과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신 씨가 전과를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문과의 취업난이다. 신 씨는“문과 취업난이라는 문제가 전과 고민에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취업난이 공학계열 학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문과 졸업생이 이과 졸업생보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욱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과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덧붙여 신 씨는 “다시 입시를 준비하게 된다면 컴퓨터공학과를 목표로 준비할 것 같다. 1학년 때부터 문과 전공이 아닌 공학 관련 전공을 배운다면 비교적 쉽게 언어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유전공학부를 통해 공학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문과생들

대학교에 입학 후 전과를 고민하는 신 씨와 달리 입시를 할 때는 문과였지만 자유전공학부라는 제도를 통해 전공을 공학 계열로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자율전공학부는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채 입학한 후 전공 선택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학생이 기초교과목을 수강하며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도록 추후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학부이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준성 씨(22)도 입시를 할 때는 본래 문과였다. 하지만 홍익대학교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한 후 전공을 컴퓨터공학과로 선택하면서 공학계 학과를 전공하고 있다. 최 씨는 “원래 코딩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2020년 입시를 할 당시 컴공이라는 학과가 유망하다는 소리도 있었다”며 “문과생이 컴퓨터 공학과라는 전공으로 입학하는 것에 제한이 있기에 입시를 할 때부터 컴퓨터 공학과를 전공할 목적으로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했다”고 답했다.



서울대학교 2020년 1학기 자유전공학부 전공 선택 현황을 본다면 컴퓨터 공학과의 선택자가 가장 많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취업이 어려운 문과 전공보다 취업에 유리한 컴퓨터공학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과 취업난이 전공 선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냐는 질문에 최 씨는 “문과는 취업하기 정말 힘들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반면, 컴퓨터공학과는 실력만 좋으면 취업하기 편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이에 어떻게든 컴퓨터공학과 입학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문과 직무는 전문직 아니면 메리트가 없다.” 증가하는 전문직 시험 응시자

문과 취업난을 이유로 전공 계열을 바꾸는 대학생들도 많지만 전공 계열은 유지하되 취업난을 피해 전문직 시험에 도전하는 문과 대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회계 세무학과에 재학 중인 김준기 씨(23)는 올 5월에 시행될 세무사 시험을 (CPA) 준비 중이다. 2월 중순 군 전역을 앞두고 있고 3월에 복학도 해야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며 세무사 시험도 차차 준비해 세무사 시험 1차 합격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김 씨는 “사회가 변화하며 문과 계열의 학과로는 점점 먹고 살 것이 없어지는 것 같다. 자기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사업체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무사는 수습 기간만 거친다면 개업하여 자기 사업체를 차릴 수 있기에 세무사 시험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원래부터 전문직 시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 씨는 “문과가 살아남을 길은 인턴, 해외연수 등 과 같은 경험을 많이 쌓거나 확실한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본래 세무사 시험에 관심이 적었지만 전문직이 자신만의 기술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여 나만의 전문 기술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세무사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과와 전문직이 아니면 문과는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까?

좁아지는 문과 계열의 취업문에서 문과생들은 전과, 전문직 시험 준비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이과생 문과 교차 지원, 의대 정원 확대 등 모든 상황이 이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이유로 이공계열 전공자들의 채용 규모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는 지금 문과 대학생들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박희주 건국대학교 취업지원센터 겸임교수는 “한국 채용시장에서 채용 규모와 선호도 측면을 고려하면, 대표적으로 과학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기반의 생산시설을 갖춘 대기업과 IT & ICT 기술 발달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의 채용 규모와 선호도가 높다”고 답했다. 또 “인문학 전공자들은 취업 현장에서 경쟁력 있는 전문성의 차별화 증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산업적으로도 인문학과 전공 연관성이 높은 특정 산업들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신기술 접목으로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체질 개선 노력 중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 문과 계열 전공자들이 본인의 전공 이외의 전문성을 획득하는 것과 취업 경쟁력 강화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전과나 전문직 시험 도전이 아니더라도 문과생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제2 전공으로 확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 목표 산업과 직무에 맞는 지식 획득과 증거 확보, 공모전, 인턴, 연구실 등 실질적인 경험과 결과물을 정리해 자신의 적합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단계적 노력이 원활히 이뤄지면 인문학 전공자도 이공계열이나 상경 계열에 비교되어도 경쟁력이 충분한 준비된 지원자로 보여질 수 있다. 해당 산업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차별화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으며 이때부터는 서류와 면접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jinho2323@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