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장치 제조업체인 비트로가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에서 쓰이는 응원봉 조명의 색깔과 점등, 소등 등을 제어하는 기술을 두고 벌어진 특허소송 2심에서 또 한 번 방어에 성공했다. 법원은 응원봉마다 고유 식별정보를 부여해 제어하는 비트로의 기술은 미리 그룹을 묶어 응원봉에 각기 다른 조명효과를 내는 원고 팬라이트의 기술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21부(재판장 문주형 수석판사)는 팬라이트가 비트로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 2심에서 최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품 폐기 및 4억5000만원 손해배상 등 팬라이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비트로는 2011년 설립된 업체로 응원봉을 비롯한 공연용 조명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관객들이 앱을 통해 스마트폰과 응원봉을 연동하면 무선제어시스템을 사용해 각각의 관객의 응원봉 조명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이 기술을 앞세워 엑소, 슈퍼주니어, NCT, 소녀시대 태연, 아이유 등 K팝 스타들의 콘서트에서 응원봉을 활용한 다양한 조명효과를 연출했다.
팬라이트는 비트로의 이 같은 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2020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팬라이트는 무선통신을 활용해 복수의 응원봉의 조명 상태를 미리 설정된 그룹별로 제어하는 기술을 2018년 말 특허 등록했다. 팬라이트는 “비트로가 서비스를 제공한 공연에서 잠깐이라도 관객들의 응원봉이 서로 다른 색상을 표시하도록 그룹을 설정해 연출했다면 특허 침해”라고 주장했다. 비트로는 “우리 기술은 특정 그룹을 미리 설정하지 않고 가상의 좌표평면에서 함수를 사용해 각각의 응원봉을 제어하기 때문에 팬라이트의 특허와 다르다”고 맞섰다.
1심은 비트로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비트로는 각각의 조명장치에 고유한 식별정보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같은 그룹에 속하는 여러 조명장치에 같은 정보를 부여하는 팬라이트의 기술의 성격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팬라이트는 판결에 불복해 2021년 말 항소했다. 이 업체는 2심 진행과정에서 아이유의 데뷔 14주년 콘서트(2022년 9월)에서 쓰인 비트로의 응원봉 제어방식이 자사의 기술처럼 ‘미리 설정된 그룹별 제어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팬라이트는 “같은 구역에 있는 좌석의 응원봉 색깔이 똑같도록 제어했다”고 지적했다. 비트로는 “개별 응원봉이 속한 32개 그룹의 정보가 아니라 가상의 좌표평면 16개상에서 개별 응원봉이 있는 좌표정보를 전송해 나타난 결과”라고 반박했다.
항소심은 원심대로 비트로 측 손을 들어줬다. 비트로의 기술을 활용된 여러 콘서트에서 수평·수직으로 나눠진 구역의 응원봉 조명이 다른 것을 넘어, 응원봉 조명으로 하트나 타원형 등 비교적 복잡한 형태를 만들거나 원 모양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등 불규칙한 변하는 효과를 연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이유 콘서트에서 같은 구역에 있는 응원봉들이 서로 다른 색깔로 표현된 장면이 있었던 것도 주요 판단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비트로의 기술은 가상의 좌표평면 여러 개를 수시로 바꿔 쓸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구역 안에서도 별도로 설정한 패턴에 따라 응원봉 조명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며 “원고가 ‘그룹으로 묶였다’고 주장한 장면은 여러 제어대상이 결과적으로 함께 동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김진성/민경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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