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7일 08: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역대 최고 수익률을 거두는 호실적 속에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외주식 위탁운용 부문이 3년 연속 저조한 실적을 내서다. 시장수익률만 따라갔어도 5조원 이상을 아낄 수 있어, 위탁 금액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나섰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으로 맡긴 해외주식 자산군은 지난해 벤치마크(BM) 대비 1%포인트 이상 하회했다. 해외주식 직접운용분이 시장수익률을 이겨내며 전체 해외주식 자산군은 벤치마크 대비 0.63%포인트 밑도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 운용역은 시장을 이겼으나 수수료를 주고 맡긴 운용사의 성과가 부진해 전체 수익률을 깎아 먹은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해외주식에 320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이중 56.7%인 181조6000억원을 운용사에 위탁으로 맡기고 있다. 벤치마크만 유지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갔다면 지난해 1조8000억원을 더 벌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13.59%에 달하는 역대 최고 운용수익률을 거둔 이면이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위탁운용의 수익률 부진은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해외주식 위탁운용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벤치마크를 밑돌았다. 해외주식 위탁운용은 △2021년 1.59%포인트 △2022년 0.61%포인트 하회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3년간 시장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해 총 5조1400억원 이상 날린 셈이 된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성과평가를 담당하는 위험관리·성과보상 전문위원회는 지난해 정책과제 네 가지 중 하나로 해외주식 위탁운용 부진의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원인을 분석해 오는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위탁운용사들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유명 자산운용사들에 해외주식을 맡긴다. 블랙록, JP모건자산운용,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SSGA), 라자드, 애버딘, 알리안츠GI, 오크트리 등 유수의 운용사 41곳이 국민연금을 대리해 해외주식을 굴린다. 해외주식 위탁운용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50bp(1bp=0.01%포인트) 이상에 달해 20bp 수준에 불과한 국내주식 위탁사보다 2배 이상을 가져간다.
해외주식 투자 금액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어 빠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2018년 말 113조원에서 2023년 말 320조4000억원까지 5년 만에 2.8배 커졌다. 해외투자 확대에 따라 앞으로 기금 성장기 동안 계속 해외주식 규모를 키울 전망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리밸런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위탁 비중을 더 빨리 감축하는 조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점차 줄여오고 있었던 위탁운용 비중을 더 가파르게 감축하는 방식이다. 해외주식 위탁운용 비중은 5년 전인 2018년 64.1%에 달하다 지난해 56.7%까지 줄었다. 국민연금의 평균 위탁운용 비중은 48.4%로, 이를 맞추려면 앞으로 적어도 8.3%포인트를 더 줄여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현행 위탁 운용사 배분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성과가 부진한 위탁 운용사에 더 자금을 배치하는 방안도 수익률 개선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 중이다. 일종의 ‘물타기’로 손실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운용사에 더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식을 유지하면 고점에 매수하고 저점에 매도하게 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국내주식을 담당하는 주식운용실과 해외주식실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체투자 부서처럼 주식을 한 부서에서 통합 관리하되 권역별로 미주, 유럽, 아시아 등으로 나눠 운용하는 방안이다. 대다수 해외 연기금들은 자국 주식만 따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국내와 달리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를 허용하고 있어, 위탁운용 자금 일부를 ETF로 돌리는 방안도 활용할 수 있다. ETF를 이용하면 적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투자 자산을 분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 노후자산인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운용사들이 국민연금 운용역보다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싼 수수료를 줘가며 계속 맡겨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