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5일 14: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장기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자금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최우량 신용도를 앞세운 LG화학은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한 반면 A급 이하 비우량 석유화학 업체들은 투자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4일 열린 2년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현물출자방식으로 설립한 전문 석유화학업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여천NCC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매기고 있다.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으로 여천NCC는 2022년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미매각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여천NCC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제3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에도 불구하고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강행한 결과 전량 미매각을 기록한 바 있다.
여천NCC뿐 아니라 A급 이하 비우량 석유화학 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공모 회사채 미매각 우려가 큰 기업들은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시장으로 우회하고 있다. SK가스의 자회사인 석유화학업체 SK어드밴스드는 지난 6일 3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만기 1년 2개월 장기 CP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낮아진 여파다. 미매각으로 평판을 깎이는 것보다는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는 CP 발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LG화학은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흥행에 성공했다. LG화학은 지난달 27일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3조4450억원의 자금이 몰려 발행 규모를 1조원을 늘렸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재무지표가 악화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회사채 시장에서 신인도가 높은 LG화학 정도만 기관투자가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석유화학 업계를 주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석유화학산업 정기 평가 계획’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재무 리스크 관리와 사업 다각화 수준 등에 따른 석유화학업체 신용도 차별화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의 합산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조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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