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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인 두 동유럽 경제 대국의 희비가 엇갈렸다. 친(親)EU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폴란드의 즈워티화 가치가 오른 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로 EU와 갈등을 빚고 있는 헝가리의 포린트화 가치는 내렸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란드 즈워티화 대비 헝가리 포린트화의 가치는 지난달 말 90포린트를 넘어선 뒤 현재 사상 최고치인 약 92포린트 수준에 형성돼 있다. 1즈워티와 교환되는 포린트 금액이 상승했다는 건 그만큼 포린트화의 통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6개월간 포린트화는 즈워티화 대비 6%가량 하락했다. 기축 통화인 달러화 대비 가치도 3.9%(최근 1년 기준) 미끄러지며 낙폭이 컸던 상위 10개국에 들었다.
두 국가 화폐 가치의 상반된 흐름은 EU와의 관계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그간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법부 독립 등 측면에서 EU와 갈등을 빚어 온 나라들이다. 그러나 작년 말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폴란드가 적극적으로 EU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즈워티화 가치를 밀어 올렸다는 평가다.
폴란드는 민족주의 우파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이 집권하던 시절 사법부 장악을 위한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EU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친EU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서 이 같은 권위주의 기조가 뒤집혔다. EU 집행위원회는 폴란드 정부의 법치주의 회복 노력을 높이 사 그간 동결했던 EU 기금 1370억유로(약 198조4000억원)의 지급을 지난달부터 재개했다.
반면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통화정책에 대한 개입 강도를 높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을 꾀하는 오르반 정부의 압력에 못 이긴 헝가리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0bp(1bp=0.01%포인트) 내리며 금리 인하에 속도를 붙였다. 오르반 정부는 금리 정책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권을 축소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는 EU 탈퇴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해 온 반EU 인사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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