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백악관이 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하나 공개했다. "전통적인 낙수효과 경제학을 끝낼 때가 왔다"는 제목이었다. 보고서는 기존 공화당의 경제 정책을 '하향식', 바이드노믹스를 '상향식'으로 뚜렷하게 구분했다. 낙수효과를 골자로 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때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국 각지를 돌며 '바이드노믹스'를 재선 캠페인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는 2020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바이든의 책사'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수석 고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를 캠프로 파견해 재선 캠페인 지휘를 맡겼다. 재선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여정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캠프에 파견된 도닐런과 딜런은 각가 1992년 빌 클린턴, 2000년 앨고어의 대선 도전 때부터 활약한 선거 전문가다. 특히 도닐런은 43년째 바이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수립했던 토머스 도닐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그의 형이다.
지난해 4월 미리 캠프를 구성해 활동하던 줄리 차베즈 로드리게즈와 3개월 뒤 합류한 세드릭 리치먼드 공동선대위원장은 각각 노동계·흑인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꼽힌다. 로드리게즈 위원장은 미국의 전설적인 노동 운동가 세자르 차베르의 손녀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세자르차베즈 재단에서 시위와 파업, 캠페인, 행진 등을 통해 단련한 활동가로 알려졌다.
연방 하원의원(루이지애나주) 출신의 리치먼드 위원장은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 코커스' 의장을 지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2020년 대선 대비 크게 이탈한 것으로 나타난 흑인 지지율을 되돌릴 임무를 맡았다.
백악관 역시 바이든 대통령재선 캠페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는 그 중심에 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을 의식하듯 지난달 월스트리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결의를 드러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조정자를 자처하며 외교 정책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존재감 없는 2인자'라는 혹평을 받던 정권 초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낙태권 문제에 있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그는 유세 현장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들이 조용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낙태권 폐기의 책임은 트럼프에게 있다"며 여성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선거 체제로 재편된 백악관을 이끄는 인물은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이다. 정권 출범 후 2년 간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으로서 팬데믹 극복에 앞장 선 성과를 인정받았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출범 전까지는 베인앤컴퍼니, 애틀랜틱미디어컴퍼니 등 민간에서 활동해 뒤늦게 바이든 대통령의 이너 서클에 편입된 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사령탑'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있다. 한국 대통령실 경제수석처럼 백악관과 경제 부처 전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을 지낸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2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자레드 번스타인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벤 해리스 브루킹스연구소 부원장 역시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 선임 경제고문을 지낸 '바이든의 경제 책사'로 불린다.
의회에서는 2017년부터 상원 원내대표로서 민주당을 이끄는 '척 슈머'가 바이든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법안을 처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보수 성향이 간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의 반대를 결국 찬성표로 돌리는 데 공헌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역구인 델라웨어주를 이어받은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눈과 귀(뉴욕타임즈)'로 불린다. 1989년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인턴으로 일하며 첫 인연을 맺었다.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 의회 의장 등을 거쳐 정치적 중량감을 키웠고 정부 출범 초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연방 상원규칙위원회 의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내 확실한 우군으로 거론된다. 클로버샤 의장은 2020년 대선에 출마, 경선 경쟁자였던 바이든 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에 이어 3위까지 올랐다.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뒤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하며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사회도 클로버샤 의장이 맡았다.
하원에서는 원로 흑인 정치인인 짐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이 오랜 세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2020년 대선 때 흑인 표가 압도적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승리에 일조했다.
현재 재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로는 수잔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새로운미국안보센터(CNAS) 대표, 브라이언 디스 전 NEC 위원장 등이 꼽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설계한 라이스는 2020년 백악관 국내정책자문위원회(NPC) 위원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라이스를 국무장관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가다.
국방정책 전문가로 이력을 쌓은 플러노이 대표는 2020년 국방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른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냈고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미국 사상 최초로 여성이 군을 이끌게 된다.
브레이너드 위원장 취임 전에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끈 디스는 상무장관 후보군으로 평가받는다. IRA, 반도체지원법의 토대를 세운 만큼 바이드노믹스 2기의 키를 쥘 인물이라는 평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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