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선 도시의 성장이 기업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도요타시도 도요타가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 성장하며 인구가 5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었다. 도요타시처럼 시 이름 자체를 바꾸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도로명에 기업 이름을 붙인 사례는 많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삼성로’는 외국에서 한국 기업 이름이 들어간 첫 번째 도로다. 1996년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해 13억달러 투자를 결정하자 오스틴시가 공장 인근의 도로명을 ‘삼성로(Samsung Boulevard)’로 바꿨다. 텍사스주의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를 기념해 공장과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명을 ‘삼성 하이웨이’로 붙였다.
미국엔 현대, LG, SK 이름이 붙은 도로도 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현대 불러바드’,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LG 하이웨이’,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 불러바드’ 등이다. 국내에선 파주시의 ‘엘지로’가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공장 설립을 기념해 경기 파주시가 이름 붙인 도로다.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명을 붙인 사례도 있다. 서울 을지로3가(신한카드)역, 명동(우리금융센터)역 등이다. 을지로입구역엔 IBK기업은행 이름이 붙었다가 이제는 하나은행으로 바뀌었다. 최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지하철엔 ‘TRX 삼성 갤럭시역’이 생겼다. 원래 TRX역이었는데 삼성전자가 쿠알라룸푸르 도시철도공사와 협의해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를 역이름에 넣었다. 쿠알라룸푸르는 명칭 사용료 수입을 얻고, 삼성전자는 역 전체를 갤럭시 홍보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 있어 ‘윈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은 같은 방식으로 태국 방콕의 지상철역인 ‘시암’역을 ‘시암 갤럭시 스테이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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