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최저임금 차등화 성공하려면

입력 2024-03-05 17:57   수정 2024-03-06 00:09

일본 지바현 지바시에 거주하는 미야자와 리오 씨(25세)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바의 최저임금은 1026엔(약 9120원)이지만 도쿄는 1113엔(약 9894원)으로 87엔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로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도쿄로 오가는 지하철 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야자와씨의 고향인 이와테현의 최저임금은 893엔으로 일본에서 가장 낮다.

최저임금이 929엔인 와카야마현의 젊은이들은 1064엔인 인근 오사카부로 아르바이트를 간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은 심각한 인력 유출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이 931엔으로 교토(1008엔) 시가(967엔) 등 주변 지역보다 낮은 후쿠이현은 2022년까지 15년간 20대 인구가 24% 감소했다.
日 일각, "최저임금 통일하자"
한국에서도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일본식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저임금이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전국 공통이다 보니 지방 경제가 피폐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는 같은 이유로 최저임금을 통일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작년 5월 최저임금 일률화를 목표로 내건 의원 연맹이 발족했다. 지난 3일 일본 최대 노조 렌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최저임금 통일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한 지방의회가 80곳으로 사상 최대였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이와테, 시마네 등 광역지자체 2곳도 최저임금 통일을 요구했다.

2021년 기준 일본 평균 물가를 100으로 했을 때 도쿄도는 104.5로 9년 연속 일본 내 1위였다. 반면 96.2의 미야자키현은 4년 연속 일본에서 물가가 가장 싼 지역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는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다만 ‘대도시는 물가가 더 비싸니 최저임금도 더 높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서는 일본의 후유증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 렌고가 2023년 지역별 젊은 독신 남녀의 최저생활비를 비교했더니 지방의 생활비가 더 비쌌다. 대도시인 도쿄도 하치오지시와 오사카의 생활비는 월 16만3083~17만3494엔이었다. 반면 C등급인 오이타시에서 독신 여성이 한 달 동안 사는 데는 최저 19만1848엔이 들었다.
차등화엔 정교한 설계 필요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와 달리 지방은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차량 구입비와 기름값 같은 유지비가 더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 차등화에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일본 정부의 미세 조정은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후생노동성은 A·B·C·D 4단계로 분류하던 최저임금 지역구분을 A·B·C 3단계로 줄였다. 최저임금 제도를 현재의 방식으로 개편한 1978년 이후 첫 제도 개선이다. 등급을 줄임으로써 지역 간 격차를 축소하겠다는 의도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매년 인상 폭이 대도시인 A지역에서 지방인 D지역으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도농 격차가 확대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2023~2024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1113엔)와 가장 낮은 이와테(893엔)의 차이는 220엔에 달한다. 2002년 104엔에서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최저임금 차등화가 격차를 줄이는 밑거름이 되도록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제도를 적절히 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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