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빠진 와인시장…수입업체 실적 '씁쓸'

입력 2024-03-05 18:08   수정 2024-03-06 00:56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팽창했던 와인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홈술·혼술족이 위스키와 하이볼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신세계L&B, 나라셀라 등 주요 와인 수입사는 지난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와인 수입업계 1호 상장사인 나라셀라는 지난해 매출 853억원, 영업이익 2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4%, 영업이익은 98.3% 급감했다. 순이익은 1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성장했다. 와인 수입이 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지자 2030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가세했다. 나라셀라는 작년 5월 코스닥시장 상장 당시 2021년 1조3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2~3년 내 3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엔 5만6542t으로 전년보다 20.4% 급감했다.

나라셀라 주가는 공모가(2만원)의 4분의 1토막 수준인 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1973억원으로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692억원에 불과하다. 와인 수입업계 1위 신세계L&B도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3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에 손실을 줄이지 못했다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와인 시장의 위기는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 1위 와인 수출국 프랑스에선 18~35세 연령층의 레드 와인 소비량이 최근 10년 새 30% 넘게 줄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Z세대가 와인을 멀리하는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정체되자 수입사들은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나라셀라는 연초 고도수 증류주를 제조하는 계열사 나라스피릿을 흡수하고 위스키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최근 주류 전문 매장인 와인앤모어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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