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이 (특수선) 사업을 이어가는 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한화오션 관계자)
“확정 판결을 통해 임원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결론 난 사안을 짜맞추기식 주장과 논거로 호도하고 있다.”(HD현대중공업 관계자)
국내 양대 특수선 사업자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5일 하루에만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두 번의 간담회를 자청했다. 전날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해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군사기밀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임원 이상이 개입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재판 증인신문조서에 의하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관련 군사비밀을 열람하고 촬영해 활용한 것에 대해 상급자들이 다 알고 있었냐’는 군검사의 질문에 HD현대중공업 직원은 ‘예, 맞습니다’고 답했다”며 “임원의 개입 여부에 대해 이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문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군 보안감사 시 서버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피해왔다”며 “일개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임원이 공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무사와 검찰의 2년 반에 걸친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6일부터 지방 주재 기자들을 만나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여론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임원 이상의 개입 여부가 확인되면 HD현대중공업은 ‘국가 사업 입찰 금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7조원 규모의 KDDX 사업은 한화오션에 맡겨진다.
양사 갈등으로 이날 산업부 주최로 열린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 회의’는 빛이 바랬다. 조선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국내 조선업 전반의 기술 혁신을 도모하는 회의였지만, 협력을 위한 소통보다는 침묵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회의장에서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와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별다른 소통 없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이어갔다.
성상훈/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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