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가 시장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낮춰 유통주식 수를 늘리는 작업이다. 주식 가격이 낮아지고 주식 수가 늘다 보니 주로 ‘몸집이 무거운’ 기업의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가에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근본적인 기업 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주가 부양 효과가 단기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장기적 주가 상승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추가적인 주주 친화책이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액면분할 결정을 내린 상장사는 BYC를 포함해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디에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 아세아제지 등 5곳이다. 액면분할 결정 직후 주가가 대부분 상승했다. 지난 1월 24일 액면분할을 결정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가는 한 달여 만에 137.9% 올랐다.
지난달 7일 액면분할 계획을 밝힌 에코프로도 당시 50만9000원에서 이날 60만5000원으로 18.8% 상승했다. 아세아제지는 액면분할에 힘입어 이날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액면분할은 기업 가치나 자본금 등 실질적 가치에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분할 비율만큼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가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근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시장 친화적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회사가 향후 주가 상승을 꾀한다는 신호지만,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주가 부양 카드로 쓰이기도 한다”며 “이런 기업들은 늘어난 주식 수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워 단타를 조장한다”고 말했다.
올해 액면분할에 나선 곳 중에도 실적이 부진한 기업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에코프로의 매출은 39.2%, 영업이익은 51.9% 줄었다. 아세아제지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4%, 16.5% 감소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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