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서용선(사진)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가 일궈온 작업 인생은 ‘인물’이란 한 단어로 정리된다. 자화상에서 거리 속 이름 모를 군중까지, 그의 백색 캔버스 위에는 언제나 사람이 놓인다. 그와 인물화의 인연은 1979년부터 시작됐다. 미술대학에 입학한 뒤 처음 배우고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었다.
서용선이 그리는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을 본떠 그리는 그림’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시뻘건 눈을 한 채 관객을 응시한다거나, 수많은 붉은 선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캔버스 너머의 인간을 노려보기도 한다. 그에게 자화상이란 ‘처음부터 실패한 그림’이다. 이미 선을 긋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완벽히 닮을 수 없는 데다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절대 안 나온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화상이 ‘비극적인 그림’이라는 점에 서용선은 매력을 느꼈다.
서용선은 역사 속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뒀다. 그가 그린 1990년대 작품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도시화에 집중했다. 개발로 인해 급격한 도시화를 겪는 사람들을 담았다. 서용선은 ‘단종 애사’를 그린 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구전으로 내려온 단종 이야기를 오랜 시간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그는 과거의 이야기를 회화로 담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를 형성시킨 과정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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