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반도체·방위산업·발전 기업이 예상을 웃돈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대부분의 상장사가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이들 기업은 메모리 업황 회복과 ‘K-방산’ 수출 호조, 전기료 인상 등이 호재가 됐다. 반면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화학·철강 등 업종은 부진했다.
반도체·방산·발전 업종 ‘서프라이즈’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예상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8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30조5579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예상치 합산액인 38조5983억원에 비해 20.8% 줄어든 금액이다.전반적으로 상장사 실적이 부진했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전체의 17.7%가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어닝서프라이즈 비율은 2022년 4분기의 경우 18%, 2021년 4분기는 15.8%, 2020년 4분기는 20.7% 수준이었다. 증권사 예상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 초과한 기업 수는 43곳이었다. 증권사 예상은 적자였으나 실제론 흑자 전환한 기업은 SK하이닉스 1곳이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5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346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인한 메모리칩 가격 조정과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인 고대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 메모리 부문의 가격 상승 폭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어닝서프라이즈에 기여했다”며 “디램(DRAM) 부문도 DDR5, HBM 수요 강세로 제품 판매가격 상승효과가 컸다”고 했다.
방산업체도 예상을 웃돈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의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를 90.4% 웃돈 698억원, 한국항공우주는 26.6% 상회한 1543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2% 웃돈 2755억원이었다. 폴란드 수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한국전력과 계열사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한전의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을 71.4% 웃돈 1조8842억원, 한전KPS는 84.4% 상회한 5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한전이 10조820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정치적·경제적 변수가 적어지면서 올해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
원가 하락과 판가 인상 등의 호재로 타이어 업체들도 4분기 예상을 웃돈 실적을 보였다. 금호타이어는 증권가 예상 65.3% 웃돈 17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타이어도 예상치를 46.3% 초과한 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화학·철강 등은 ‘우울’
업종별로는 지난해 4분기 화학 업종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화학 업종 13개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687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 합산액(6852억원)의 10분의 1수준에 그쳤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급변동하고,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영향이다.철강 및 비철금속 업체들도 중국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금속·광물 업종 상장사 6곳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3206억원이다. 증권사 예상치인 1조1488억원의 27.9%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충당금을 크게 쌓은 증권사들 역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증권사 5개 업체의 4분기 영업손실은 2048억원에 달해 기존 예상치인 영업이익 1619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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