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인 일본 증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일학개미)들이 지난달 반도체 종목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을 사들이던 1월과 달리 상위 10위 중 6종목이 반도체에 쏠렸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급등세 속에서 일본 반도체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위는 로봇 기업인 화낙(30억원)이 차지했다. 화낙은 일본 공작기기 컨트롤러와 산업용 로봇 제조사로 하드웨어부터 인공지능(AI)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다루는 업체다. 글로벌 로봇 제조기업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는 어드반테스트(29억원)다. 반도체 후공정 검사 장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4위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일본 5대 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29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5위는 카메라로 유명한 캐논(25억원)이다. 캐논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이기도 하다.
그 뒤를 이어 레이져테크(24억원), 소니그룹(21억원), 도쿄일렉트론디바이스(13억원), 도쿄오카공업(12억원), 야스카와전기(9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레이져테크와 도쿄일렉트론디바이스, 도쿄오카공업은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소니그룹은 게임기와 엔터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야스카와전기는 로봇기업이다.
일본 반도체 기업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난 것은 엔비디아 호실적에 대한 기대가 작용해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로 인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경제 둔화 속에 반도체 장비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 등에 일본 반도체 종목을 많이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주가도 치솟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은 지난달 37.73% 올랐고, 어드반테스트와 캐논은 각각 22.25%, 7.52% 상승했다.
로봇 기업 매수는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올해 만회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화낙은 지난해 로봇과 공장자동화(FA) 부문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의 수요가 하락하며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19일 5334엔이던 주가는 10월 30일 3603엔까지 떨어졌다. 4개월 만에 32% 넘게 하락했다. 이후 주가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21%가량 낮은 수준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낙 로봇 부문이 미국과 유럽,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보하며 회복하고 있다”며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하며 단기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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