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3%대로 올라선 데는 과일값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 컸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1월 2.8%의 상승률을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3%대로 복귀한 것이다.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뛰면서 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던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달 20% 올라 3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중 신선과실 상승률(41.2%)은 1991년 9월(43.9%)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 가격은 1월 56.8% 오른 데 이어 2월엔 71% 올랐다. 이상 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 그 원인이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줄었던데다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사과는 검역 문제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다음 수확 철까지는 사과는 '금값'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다른 과일들의 가격까지 치솟았다. 특히 겨울철 수요가 늘어나는 귤은 1월에도 39.8% 올랐으며 노지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에는 78.1% 급등했다. 배(61.1%)와 딸기(23.3%) 등 다른 과일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정부는 '재정지원'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고, 마트의 수입 과일 직수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한다. 또 13개 과일·채소에 납품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봄 대파 출하 이전 대파 3000톤 규모의 신규 관세 인하를 도입한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과일 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직수입 과일이 오렌지와 바나나 등으로 제한적이고, 수입과일이 국산 과일의 수요를 얼마나 분산시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과 등의 국산 과일은 대체상품이 없다"며 "정부 대책이 수입산 과일 위주다 보니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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