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로 불거진 의학계 반발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에 tvN 새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슬전생')의 편성까지 흔들리고 있다.
6일 한경닷컴 취재결과 '슬전생'은 내부적으로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오는 5월 편성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보름 전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발발하면서 '슬전생' 편성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본래 계획대로 강행할 경우 역풍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인지, 의사 집단 파업에 대한 반감이 한풀 꺾인 후에 편성할 경우 그 빈자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로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 기대작이었던 '슬전생'이 하루아침에 '문제작'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반발한 의학계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사직서와 휴학계 제출 등 반발이 나왔다. 지난 19일 수도권 '빅5' 병원이라 불리는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등을 중심으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고,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면서 '법대로' 원칙을 내세우며 맞섰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보름째 계속되는 가운데, 현장에 남은 의료진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거나 환자 불편이 이어지는 등 의료공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000명으로 응급 당직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가 '밥그릇 지키기'라는 반발과 함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저버리고 환자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슬전생'이 방송도 전에 '밉상'이 된 이유다.
'슬전생'은 2020년 시즌1, 2021년 시즌2 형태로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고,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생활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저출산 시대 속 비인기과에 당당히 들어선 레지던트들의 삶을 조명하는 만큼 현실 세계를 반영한 실감 나는 이야기들로 찾아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바쁜 일상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의사들의 소명과 의지를 그려낸 드라마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사 미화"라는 반응도 나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정체성을 '슬전생'이 이었다는 점에서 "레지던트들이 사직서 쓰고 떠나는 에피소드도 등장하는 거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슬전생'의 편성을 옮기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TV뿐 아니라 글로벌 OTT 등 방영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여러 계약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 tvN에는 '슬전생' 뿐 아니라 이미 촬영을 마친 사전제작 작품들이 여럿 있지만, 이 드라마들의 공개 시기를 바꿀 경우, 다른 플랫폼과 계약 문제까지 풀어야 한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에 동시 방영 계약이 돼 있다면, 자막 제작 등을 위해 사전에 완성본이 공유돼야 한다"며 "'슬의생'의 경우 갑작스럽게 편성을 바꾸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현 분위기를 감내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떤 작품이 그 뒤에 오려 하겠냐"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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