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절반은 해외 주식형 ETF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의 해외 증시 '엑소더스'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개월(2월6일~3월5일)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해외 주식형 ETF인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TIGER 미국S&P500'로 개인인이 105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826억원),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648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429억원),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421억원) 순서였다.
개인 투자자가 미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사이 국내 증시에서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1개월 사이 185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코스피지수가 내려가야 수익이 난다. 개인은 또다른 인버스 ETF인 'KODEX 코스닥150선물 인버스'도 같은 기간 114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만 개미는 오히려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1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은 더욱 높은 수익률을 쫓아 미국·일본 등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개인의 해외 증시 선호가 커지면서 ETF를 비롯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1017종은 최근 1개월 사이 1조9245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 1029종에서는 같은 기간 1조3791억원이 순유입됐다. 수익률도 해외 펀드가 앞서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4.76%, 해외 주식형 펀드는 평균 6.18%였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수출기업이 다수로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긴장에 더욱 민감하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진적으로 장기적 성장성이 보장되는 해외, 특히 미국 주식 ETF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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