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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대표주자인 애플의 주가가 올 들어 두 자릿수 하락했다. 인공지능(AI) 투자에 소극적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다.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주가 하락에 애플은 공매도 인기 종목으로 떠오르는 굴욕까지 당했다.
○올 들어 11% 넘게 빠진 애플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84% 하락한 170.12달러에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169달러대로 떨어졌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첫 6주간(1월 2일~2월 11일) 중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7% 쪼그라든 가운데 애플 판매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무려 64% 급증했다. 오포(-29%), 비보(-15%), 샤오미(-7%) 등의 판매량은 감소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아이폰 할인 이벤트까지 펼쳤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애플의 중국 내 점유율은 1년 전 2위(19%)에서 올해 4위(15.7%)로 추락했다. 장멍멍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하이엔드(고성능) 시장에서 부활한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며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애플 주가는 연초 대비 11.64% 빠졌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유럽연합(EU)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 폭탄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다. AI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애플은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애플은 공매도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애플은 2월 공매도 수익이 두 번째로 높은 주식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애플 공매도로 한 달간 6억610만달러(약 8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 뒤 나중에 주식으로 되갚는 투자 전략이다.
시장에선 애플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 분석가 짐 크래머는 이날 애플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5%가량 낮은 160달러로 제시했다.
○‘M7’ 시총 하루 새 300조원 증발
애플의 주가 부진 속에 뉴욕증시를 이끌던 주요 기술주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300조원 넘게 증발했다.이날 엔비디아(주가 상승률 0.86%)를 제외하고 아마존(-1.95%), MS(-2.96%), 알파벳(-0.31%), 메타(-1.60%)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시총 2330억달러(약 310조원)어치가 증발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큰 손실 규모다.
이와 함께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주가도 전장 대비 3.93% 하락했다.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는 이날 극좌단체 불칸그루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장 인근 송전탑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월가에서는 ‘M7 거품론’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LPL파이낸셜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지난 몇 주간 상승세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날 매도세는 건강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신정은/김인엽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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