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환자를 버리고 뛰쳐나간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백지화 요구만 던져놓고 요지부동이다. 의사단체의 간부라는 사람들은 더하다. “의대 증원은 국가 자살,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언론을 비난하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공의를 산업혁명 때 공장에서 강제 노동한 아이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같은 집단 내에서는 속이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그제 발표된 40개 대학의 의대 증원 요청 인원이 3401명으로 정부가 정한 20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에서만 2471명이었다. “의료 사각지대, 지방 소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대 증원은 꼭 필요하다”는 게 각 지역의 의료 현실을 잘 아는 대학 총장들의 바람이다. 이에 반발한 일부 교수가 삭발과 사직에 이어 집단행동까지 거론한다는데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지금은 제자가 아니라 환자를 지켜야 할 때다. 욕을 먹더라도 이제는 그만 돌아오라고 제자들을 설득하는 게 스승의 참된 역할이다.
어제부터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 5명의 소환 조사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이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세종시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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