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취업을 위해 토익시험을 다시 치르려고 합니다. 한 달 뒤면 유효 기간인 2년이 지나서요.”
국내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지영 씨(25)는 이달 말 토익시험 재응시를 앞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공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처럼 민간 기업에서도 토익 성적 유효 기간을 늘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무원과 국가 공공기관에서 활용하는 기존 ‘어학성적 사전등록제도’를 지방공공기관 채용시험까지 확대한다. 어학성적 사전등록제도는 공공기관 채용시험에 활용하고 있는 토익 등의 어학성적을 유효 기간(통상 2년) 만료 전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등록하면 최대 5년 동안 공인성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토익과 토플 등 영어 10종과 일본어능력시험(JPT), 신HSK(신한어수평고시) 등 비영어 시험 19종이 해당한다.
어학성적 사전등록제도는 2021년 공무원 시험을 중심으로 시작됐다가 2023년 국가 공공기관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15개 국가 자격시험의 공인어학 시험성적 인정 기한 확대’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 최근엔 세무사 및 공인회계사 시험 등 전문직 시험에도 적용됐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반기고 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씨(27)는 “평균 수험 기간이 2~3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수험생들은 준비 기간에 토익 시험을 한 번 더 봐야 했다”며 “어학 성적 유효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되면 본 시험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사혁신처가 2021년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방문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인성적 인정 기간 연장 설문에 따르면 약 75.1%가 영어·외국어 공인성적 인정 기간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공인성적 인정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전체 수험생이 절감할 수 있는 응시료가 연간 약 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업 취업준비자 수는 17만3000명으로 전체 63만4000명의 17.3%에 달한다. 서울 내 한 국민취업 지원센터의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토익 등 어학성적 유효 기간을 2년 이상 인정해주는 민간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정책이 민간 기업에도 확대된다면 많은 취업준비생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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